항공산업 진입 규제 논란

국회서 '저비용항공산업 제도개선' 토론회

"중국보다 규제 심해"
신규 사업자 늘어나야
가격·서비스 경쟁력 높아져
지역경제·일자리에도 기여

"항공안전에 문제될 수도"
주요 공항 이미 포화상태
조종사·정비인력도 부족
“항공업에서 한국은 ‘규제의 천국’이다. 중국보다도 규제가 강하다.”(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9명이 주최한 ‘저비용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규 및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항공산업의 진입 규제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항공운송면허 기준을 완화해 신규 항공사 수를 늘리고, 항공사들의 경쟁을 촉진하자는 주장이다. 반론도 적지 않다. 규제 완화가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운항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자유로운 경쟁 토대 만들어야”

참석자들은 국토교통부의 과당경쟁 논리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허희영 교수는 “국토부는 항공사가 망할 것을 걱정하는데 그건 사업자가 책임질 일”이라며 “국토부의 역할은 독점을 방지하고 항공사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항공 여객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5807만 명)를 기록한 만큼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신규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홍석진 미국 노던텍사스대 교수는 “미국 항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데는 자유로운 항공정책이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8년 항공운송산업 진입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규제개혁 이후 3년간 항공사의 생산성은 2배 증가했고 항공권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싸졌다.

신규 항공사들이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최정규 동서대 물류학과 교수는 “에어부산이 부산을 거점으로 두면서 김해공항이 크게 성장했다”며 “김해공항 노선의 저비용항공사(LCC) 비중은 50% 이상으로 공항과 항공사가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사가 비행기 한 대를 도입할 때마다 신규 일자리 50여 개가 창출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항공운송사업 면허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은 항공사의 재무능력, 납입자본금, 항공기 대수, 과당경쟁 여부 등을 심사 요건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은 납입자본금이나 항공기 대수, 과당경쟁 여부 등을 따지지 않는다.

◆“항공사 간 인력 쟁탈전 우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김포, 인천, 제주 등 국내 주요 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로 항공사가 추가로 취항할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인천과 제주공항이 크게 혼잡해지면서 국적 항공사들의 지연율이 급격히 상승하기도 했다. 신규 항공사 도입에 앞서 공항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항공사 간 인력 쟁탈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운항승무원, 정비사, 조종사 등 전문 인력 육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무분별한 스카우트로 인력 수급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업계 전반적으로 인력 전문성이 낮아져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게 반대 측 논리다.

국토부는 항공운송사업 발급요건 중 ‘자본금 300억원’ 항목을 150억원으로 낮추기로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항공사업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자본금 150억원, 항공기 3대 보유’에서 ‘자본금 300억원, 항공기 5대 보유’로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진현환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자본금 요건을 다시 150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은 정부 부처 간 합의됐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칠 것”이라며 “과당 경쟁이 우려될 경우 면허를 주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다음달까지 개편안에 대한 검토를 마칠 방침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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