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업을 1900년대 틀로 들여다보는 꼴"

게임·엔터·바이오 등 신산업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이 핵심

셀트리온·신라젠 등 바이오주
장부가가 시총의 10% 밑돌아

"주석·공시로 정보 공개 늘려야"
증권가 안팎에서 ‘재무제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형자산이 기업의 가치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형자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힘들다면, 우선 재무제표 주석이나 공시를 통해서라도 상세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무제표 활용도 떨어져”

11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재무제표의 한계를 넘어’란 보고서에서 “현행 재무제표는 2018년 기업을 1900년대 틀로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기술과 사업 모델, 브랜드, 네트워크, 지식재산권, 가입자 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아직도 재무상태표는 토지나 설비,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 위주로 기록되는 탓이다. 이 증권사의 염동찬 연구원은 “재무제표가 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임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 신산업 담당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재무제표 무용론’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불만이 크다. 한 증권사 게임 애널리스트는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무형자산은 주로 영업권(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할 때 기록하는 무형자산)인데,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항목”이라며 “미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라이선스, 지식재산권, 이용자 수 등은 빠져 있어 재무제표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한국회계기준원은 오는 14일 ‘재무제표 유용성 제고 방안, 무형자산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전통적 재무제표의 유용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현행 재무보고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무형자산 정보 비대칭 해소해야

기업 가치는 크게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로 구성된다. 자산 가치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본총계(순자산), 수익 가치는 기업이 앞으로 얻을 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것을 말한다. 기업의 핵심 자산이면서 수익 창출 수단인 무형자산 관련 정보가 부족해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영미 한국회계기준원 책임연구원은 “애플, 구글, 아마존, 텐센트 등 세계 10대 기업을 보면 시가총액 6400조원에 순자산(장부가)이 1350조원으로 시총 대비 21%에 불과하고, 벅셔해서웨이와 JP모간을 제외하면 13%로 더 낮다”며 “투자자가 장부에 표시된 21%만을 기초로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과 경쟁력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81%) SK하이닉스(76,7002,400 -3.03%)(73%) LG화학(367,0006,000 1.66%)(71%) SK텔레콤(95%) 등 제조업은 시가총액 대비 장부가 비중이 높지만, 셀트리온(302,5006,000 2.02%)(8%) 네이버(24%) 신라젠(99,800300 -0.30%)(4%) 메디톡스(635,8004,700 -0.73%)(6%) 펄어비스(11%) 스튜디오드래곤(13%) 등은 장부가가 시가총액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미래 수익 가치만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무형자산 등 핵심 자산이 재무제표에 빠져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무형자산에 대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무제표로는 투자자들이 연구개발투자나 새로운 제품, 게임, 의약품, 계약관계 등의 잠재적 성과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항공사의 경우 어떤 비행 시간대나 노선을 확보하느냐도 기업 매출과 직결된다”고 했다.

무형자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숫자로 반영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측정의 어려움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재무제표 주석과 공시를 통해 관련 정보를 더 상세하게 전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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