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주주관여주의 시작…주총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할 것"

"이렇게 목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본시장에 의미가 있습니다.

결과에는 승복할 것입니다.

"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운용사 교체를 요구해온 플랫폼파트너스 자산운용의 차종현 액티브인프라본부장(전무)은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운용자산(AUM) 약 5천억원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플랫폼파트너스는 주주 행동주의를 내걸고 지난 6월 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문제 제기에 나섰다.

현재 플랫폼파트너스는 맥쿼리인프라 지분을 3.8% 보유한 소수 주주다.

맥쿼리인프라는 용인∼서울고속도로, 인천대교 등 국내 12개 인프라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시가총액 3조원 규모의 상장 인프라펀드다.

호주 맥쿼리그룹 소속 맥쿼리자산운용이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플랫폼파트너스는 맥쿼리자산운용이 과다 보수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임시 주총에서 운용사 교체 안건을 다룰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오는 19일 주총이 열린다.

이 과정을 주도한 차 본부장은 맥쿼리를 상대로 한 플랫폼의 이번 도전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표현했다.

주총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히 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더라도 진 게 아니고 표를 어느 정도 받는 순간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본부장은 "전체 주주의 30∼40% 정도가 운용사 교체라는 극약 처방에 동의할 정도로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면 맥쿼리는 그 목소리를 안 듣고는 계속 운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런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인프라 운용업계와 자본시장에 좋은 일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많은 주주가 큰일을 한다고 응원해주신다"며 "민자사업 특성을 잘 모르던 기관 투자자들도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을 듣고서는 '좋은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미 변화는 일어났다.

플랫폼이 과다 보수를 지적하며 운용사 교체안을 들고나온 이후 맥쿼리인프라는 맥쿼리자산운용에 지급하는 기본보수를 약 8%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플랫폼은 "유사 펀드 대비 10배 수준인 고액 보수가 고작 8% 인하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맥쿼리자산운용에 지급하는 운용보수를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플랫폼의 요구다.

차 본부장은 "지금이라도 맥쿼리가 파격적으로 해외 인프라펀드 수준 이하로 보수를 낮추고 감독 이사를 교체하면 우리는 주총을 철회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플랫폼이 대체 운용사로 제안한 코람코자산운용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코람코에 계신 분들은 우리나라 인프라 업계를 일군 분들로 업력, 경험, 노하우 관점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정된 주총이 임박해지면서 플랫폼과 맥쿼리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맥쿼리 측은 플랫폼이 펀드 구조를 잘못 이해해 일방적으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이라는 입장을 펴왔다.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도 번졌다.

맥쿼리자산운용은 플랫폼, 부국증권,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이들이 보유한 맥쿼리인프라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법원에 제기했다.

이들 3개사가 공동 의결권 행사를 목적으로 주식 대차거래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차 본부장은 "대차거래는 합법이며 부국증권의 대차거래는 우리와 어떤 관계도 없다"면서 "한국타이어는 대차거래를 하지 않았고 단지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산 것인데 의결권은 (한국타이어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합류하기 전 맥쿼리자산운용에 10년간 몸담았던 차 본부장은 '친정'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셈이어서 그 배경도 증권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 본부장은 "맥쿼리에 악감정은 전혀 없다"면서 "공부를 하면서 직원일 때는 몰랐던 맥쿼리의 잘못된 구조를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주총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겠다"며 "일단 결과에 승복하고 주주로서 맥쿼리의 개선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차 본부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주주 제안으로 주총이 열린 사례가 거의 없고 만약 이기면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며 "이번 일을 한국형 '주주 관여주의'의 시작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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