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한 콜로라도대 정치학과 교수 인터뷰
"김정은의 대외 메신저로 오해받는 순간, 문의 중재외교 힘 잃을 수도 있다"
트럼프 첫번째 임기 내 비핵화 발언은 트럼프를 대화 테이블 불러내기 위한 미끼
미국 주류 정가의 대북 인식 정확히 파악해야

‘문(文)의 중재외교’가 효과를 내면서 연내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의 선순환’이라는 정부의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인한 미국 콜로라도대 정치학과 교수(사진)는 “한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외 메신저 역할만 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순간, 중재외교도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연구 중인 재미 소장학자다. 미·북 외교사의 관점에서 비핵화 협상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김정은이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는 발언에 대해 “일종의 미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김정은이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끼를 던져본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김 교수는 “김정은의 발언을 비핵화 시간표 혹은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남북이 함께 요청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선 “미국과 인식의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문제를 별개로 얘기했지만 워싱턴 등미국 정가에선 쉽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중국을 비롯해 남한의 반미 진영으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지난 70년 간 대북억지력은 종전선언 없이도 잘 유지되지 않았냐는 생각이 많다”고 했다. 미국으로선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김 교수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내용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를 넘어 촉진자로서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짚어봐야할 대목이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사단이 김정은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해줬을 뿐, 북한 핵문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김정은에게 어떻게, 무슨 얘기를 전달했는 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며 “한국이 북한에 경도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시작하면 중재자로서의 위상도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미·북 협상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몰고 갈 압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인데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과속이 대북압력의 이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 지금의 북한 핵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물론이고, 뒤를 이은 부시 행정부도 여러 차례의 북핵 위기를 거치면서 남북협력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면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당시만해도 “북핵 문제는 대화와 포용이라는 외교적 노력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북핵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북핵 능력이 고도화 된 상태라 미국의 인내력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유화책을 강조했던 민주당 내에서도 대북 강경론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만으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 주류 정가의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남북경협의 속도를 올릴 경우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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