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집값 1년째 하락세
"규제지역 해제해야" 한 목소리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왼쪽)와 마린시티(오른쪽) 전경. 해운대구 제공

장기호황을 누리던 부산광역시 부동산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이후 집값이 1년째 곤두박질치면서 매매가격 앞자리가 속속 바뀌는 중이다. 한꺼번에 속도를 냈던 정비사업 물량에다 외곽 신도시 개발까지 겹치면서 공급폭탄이 터지는 영향이다. 이들 물량은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쌓이고 있다.

◆8·2 대책 이후 줄곧 내림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9월 18일 이후 1년 내리 떨어졌다. 월간 0.1~0.2%이던 낙폭은 올여름부터 커졌다. 지난달엔 -0.48%를 기록해 8·2 대책 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다. 강서구는 8월 한 달 동안만 0.92% 떨어졌다.

해운대구와 연제·동래·남·수영·부산진구, 기장군(일광면) 등 7곳의 조정대상지역 낙폭도 컸다. 동래구는 -0.76%로 조정대상지역 가운데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5억원 선에 거래되던 명륜동 ‘명륜아이파크1단지’ 전용면적 62㎡는 이달 4억4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4억7000만~4억9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최근 하락폭이 커졌다. 현지 P공인 관계자는 “올해 4월 조정지역에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이후부터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 연제구 연산동 ‘연산자이’도 1년 전 매매가에 미치지 못한다. 구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이 아파트는 전용 84㎡가 지난달 4억1000만원에 거래돼 고점 대비 5000만~6000만원 하락했다. 바다 조망이 가능해 인기가 높았던 단지들의 분위기도 예전만 못하다. 남구 용호동 ‘오륙도SK뷰’ 전용 84㎡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4억원 중후반 선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중고층 매물이 3억6400만원과 3억7500만원에 각각 팔렸다. 광안대교 남단인 인근 ‘LG메트로시티1단지’ 전용 85㎡ 역시 최고가 대비 4000만~5000만원 낮은 3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부산에서 가장 선호도 높은 주거지인 수영구와 해운대구 집값도 꺾이는 중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앞인 수영구 광안동 ‘쌍용예가디오션’ 전용 84㎡는 이달 6억3000만원에 손바뀜해 3월 대비 7000만원 떨어졌다.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평가받는 ‘삼익비치’ 역시 체면을 구겼다. 이 아파트 전용 73㎡는 지난달 5억16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 5000만원가량 하락했다. 해운대구 센텀시티 인근인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 전용 84㎡는 지난달 5억2000만~3000만원 선에 손바뀜하면서 앞자릿수가 바뀌었다.

분양권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 당시 22만9000여명이 청약해 역대 가장 많은 청약통장을 쓸어담았던 ‘명지더샵퍼스트월드’ 분양권은 현재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못하고 있다. 명지동 C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초피(분양 직후 형성되는 프리미엄)’ 1억원을 호가했지만 다음 달 전매제한 해제를 앞두고 매수인들이 원하는 가격대는 그보다 한참 낮아져 있다”면서 “가까운 김해 율하지구에선 분양가에서 3000만원을 깎아준다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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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물량 점점 늘어나…미분양도 증가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이 수년째 누적된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6년 1만4799가구로 저점을 찍은 뒤 지속 증가했다. 지난해 2만312가구가 공급된 이후 올해도 연말까지 2만3677가구가 집들이를 마칠 예정이다. 내년 입주 대기중인 물량은 2만5720가구로 올해보다 많다. 부동산 활황기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속도를 낸 데다 명지국제도시와 일광신도시 등 주변 택지개발까지 더해지면서 공급부담이 가중됐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수급불균형으로 저절로 조정이 이뤄졌을 지역이지만 인위적 규제까지 들어가면서 시장이 더욱 망가진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자들까지 부산 집을 다 처분하고 서울 강남이나 대전 등지로 올라가고 있다”면서 “지방 죽이기 정책에 상경 시위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가운데선 공급 예비 물량도 만만치 않다. 착공 단계인 재건축·재개발 단지만 29곳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사업 8부능선을 넘은 정비구역도 31곳이다. 이들 구역들의 사업이 정상대로 진행될 경우 5년 안에 입주하게 된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곳도 14곳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7월 기준 부산 시내 정비구역 220곳 가운데 사업을 마친 곳은 51곳으로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구만수 국토도시기술사사무소 대표는 “부산의 공급폭탄은 이제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갈수록 시장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분양가 하향조정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미분양은 쌓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미분양 가구수는 지난 7월 3266가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752가구) 대비 4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연말 1000가구를 넘어선 뒤 올해 들어선 줄곧 2000가구를 상회했다. 올봄 부산진구 부암동에서 분양한 ‘대공원연지협성휴포레’는 전체 389가구 가운데 267가구가 미분양이다. 기장군 일광지구에 들어서는 ‘일광신도시대성베르힐’은 518가구 가운데 19가구만 계약이 됐다. 499가구가 미분양으로 전체의 96%다. 부산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동원개발이 인근에서 분양한 ‘일광동원비스타2차’ 역시 917가구 가운데 73%인 67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일광지구 안에서만 부산 전체 절반 수준인 1466가구가 미분양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정기적으로 지역 내 수급을 분석해 필요한 공급량을 공표하거나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경우 사업을 검토 중인 건설사에 이를 알리는 등 융통성 있게 공급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일로에 접어들자 부산시는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말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에 부산시 내 7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등을 중심으로 추가 규제를 꺼낼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6개 조정대상지역이 서로 맞닿아 있어 상호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일부 지역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로 해제를 보류했다.

부산에선 해운대구 등이 2016년 11월과 2017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이들 지역 민간택지에서도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기장군은 6개월) 제한됐다. 올해 4월부터는 다주택자들에 대해 양도세가 중과되면서 거래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울과 달리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위축된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지역 여건을 반영해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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