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경제부 기자
“강화된 지분율 기준에 걸려도 실제로 일감 몰아주기를 안 하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출범 1주년을 앞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지 석 달 만인 작년 9월22일 꾸려졌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 상장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30%에서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넣었다. 이 기준대로라면 규제 대상 기업은 231개에서 607개로 대폭 늘어난다.
새로운 기준 발표 후 재계에서는 “총수일가 지분율을 20%로 낮춰야 해 경영권 불안이 생기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날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재계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며 “지분율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더라도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한 거래 행태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거래금액 200억원, 내부거래 비중 12% 미만에 속하는 회사는 지분율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 내용을 전해들은 재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문제는 어떤 행위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금액이 200억원을 넘는 일은 흔하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거나 △보안성이 요구되거나 △긴급성이 요구되는 등 세 가지 유형에는 일감 몰아주기 적용을 면제해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조건만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판례도 없어 리스크를 줄이려면 지분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집단국은 출범 1년 만에 조현준 효성 회장 등 대기업 총수 4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총 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재계 저승사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높은 위상에 비해 조사 대상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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