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개스턴 < 런던정경대(LSE) 객원연구원 >

이민이 유럽의 정치를 흔들고 있다. 최근 스웨덴에서도 이민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드러났다. 스웨덴은 유럽 어느 국가보다 1인당 이민자 수가 많다. 지난 9일 총선을 앞두고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민 문제가 전면에 부각됐다.

유럽의 정치 엘리트 사이엔 어느 정도의 이민은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이란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문화, 정체성, 화합 등에 관한 질문을 회피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분리주의적인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 선동가들이 이민 문제를 장악했다.

선동가들이 장악한 이민문제

최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서 이민을 주제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이 된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공공 서비스 점유, 사회적 가치 상실 등을 두려워했다.

시민들은 이민이 그들 개인에게 어떤 경제적인 혜택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민자가 혁신과 경제 성장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영국인들은 자국이 국제적인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이미지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이민자와 원거주민 간 일자리 경쟁은 비숙련 근로자들 사이에선 치열하지만 지식집약적인 노동 시장에선 ‘제로섬 게임’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차세대 기업가, 연구원, 투자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유치하는 데 이민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기업가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유인책을 써서 경제적 부흥이 필요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이민이 복지 국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도 공통된 우려다. 유럽인들은 큰 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기여한 만큼 받는다’는 원칙에 따라 복지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도 존재한다.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보다 강력한 사회안전망이 주어진다면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포퓰리스트들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다.
보편적 복지가 시민들의 분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이 어렵게 구축한 사회안전망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하기 위해 복지 혜택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은 심각하게 분열된 공동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또 경제·사회적 통합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언어와 고용은 물론 시민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런 투자를 지속할 때 이민으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유럽 정부는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민자들이 시민 자격을 인정받을 때만 성공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통합을 위한 투자 받아들여야

유럽 지도자들은 중립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구의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 제도의 토대가 된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위협을 줄이기 위해선 공동의 합의를 수호하는 길밖에 없다. 이민에 대한 유럽의 불안은 하룻밤 새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적 정체성, 전통과 가치에 대한 정치적 망설임과 무대책, 침묵의 산물이다. 유럽의 정치가들이 대륙을 뒤덮고 있는 반(反)이민 포퓰리즘을 막으려면 이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이 글은 소피아 개스턴 런던정경대(LSE) 객원연구원이 ‘Europe’s Leaders Need a New Way of Talking About Immigration’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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