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인재' 쟁탈전

엔지니어들 불확실성 꺼리고
블록체인 분야로 이동 늘어

대기업들 인재 확보 어렵자
AI 스타트업 M&A로 눈 돌려
“아무리 스톡옵션이 많아도 상장 못하면 휴지조각 아닌가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A사의 인사책임자는 마음에 드는 박사급 인력을 데려오고 싶어 설득해도 이런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올 때가 많다고 전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조차 AI 인력 부족으로 쩔쩔매는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A사 관계자는 “지난해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 이후 블록체인 분야로 넘어간 엔지니어도 많아져 AI 인재 채용은 늘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국내 AI 스타트업 중에서는 기술력에 승부를 걸기 위해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R&D) 전문인력으로 채운 곳도 적지 않다. 통상 ‘억대 연봉’을 주지만 그래도 대기업에 뒤처지기 때문에 상당한 스톡옵션을 얹어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소수만 성공하는’ 스타트업 바닥의 특성상 이들을 꽉 붙잡아두는 데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여야 한다.
올초 캐나다 기업 엘리먼트AI가 세계 최대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트인에 정보를 올린 국가별 AI 전문인력 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조사 대상 15개국 중 14위에 그쳤다. 미국(1만2027명)이 압도적 1위이고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168명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AI 전문인력 부족이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이공계 기피현상’의 후폭풍인 만큼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B사 대표는 “다른 기술은 바짝 파면 쫓아갈 수 있다 해도 AI는 광범위한 학문이라 오랜 학습과 경험이 필수”라며 “대학에서 AI 전공자가 다시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이 일정 수준에 오르려면 10~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은 2013년 22건에서 지난해 115건으로 급증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최상급 대기업들이 AI 인재 확보가 어렵자 아예 인재 영입을 목적으로 M&A하는 ‘애퀴하이어링(acqui-hiring)’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AI 스타트업 마이셀럽스의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랐다. LG전자는 KAIST 석·박사 출신들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아크릴에 투자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은 음식배달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자금을 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