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족에 재구성·다문화 가족까지
그 구성은 변해도 서로 절대적 영향 미쳐
가족 밖 사람들에게도 배려하는 삶을

김진세 <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가족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삶의 틀은 비록 타고난 기질(器質)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에 의해 변형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모의 양육방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함께 자라난 형제자매와의 관계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서로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존재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쁜 남자와만 교제하는 여성의 경우 아버지에게 충분한 사랑을 못 받고 자란 딸일 가능성이 있다. 아버지가 주지 못한 애정만을 갈구하다 보니 남자친구 또는 남편으로서 갖춰야만 하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스펙을 가졌는데도 늘 우울하고 위축돼 있던 대기업 사원인 한 여성은 이 불행이 오빠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한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하면서 늘 차별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그의 생각이 틀렸다고 반대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족이기에 정신의학에서는 그 구성원의 성격과 인간관계 등을 중요하게 다룬다. 부모의 성격이나 가치관 등을 알아야 하고 형제자매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궁금한 이유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가족력을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많다. 가족이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오랫동안 아빠, 엄마, 철수 그리고 영희, 이 네 사람이 어린 시절 가족의 기본적인 구성이었다. 교과서에도, 드라마에도, 문학작품에도, 예전의 가족은, 우리 가족은 모두 그랬다.
그런 가족이 세상의 다른 것들처럼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자녀 수가 줄었다. 출산율은 1984년 이후로는 2명을 넘어본 적이 없고 2017년엔 1.05명이니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알던 ‘철수와 영희 남매’는 없었다. 자녀 수만 준 것이 아니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혼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한부모 가정’ 또한 많아졌다. 작년에 그 비중이 전체의 무려 10.9%에 이른다고 하니, 열 가족 중 하나는 아빠 또는 엄마가 없는 셈이다. 이렇게 ‘아빠와 엄마’의 틀도 바뀐 지 오래다. ‘다문화 가정’도 또 다른 변화다. 2016년 외국인과 결혼한 경우가 7.1%에 이르고 다문화 가정의 자녀 수도 20만 명이 넘는다.

옆집 순이 아빠가 당연히 한국 사람인 시절은 지났다. 순이 역시 혼혈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 대신 양육을 책임지는 조부모가 점차 늘고 있다. 소위 ‘조손(祖孫) 가정’ 또한 가족 형태 중 하나가 돼가고 있다. 여기에 ‘재구성(再構成) 가족’을 더하면 가족의 형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진다. 재구성 가족이란 이혼한 부모가 재혼하면서 만들어지는 가족 형태를 말한다. 자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새아빠 또는 새엄마가 생기고 더불어 형제자매 관계도 복잡해진다. 첫째로 자라던 어린 소년이 느닷없이 둘째가 되는 일 등은 자녀의 정신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족의 구성이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서로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가족 구성이 어떻게 됐느냐보다는 각 구성원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버지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며 가족에게 배려하고 애정으로 대하면 가족은 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물론 어머니도, 자녀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부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불행한 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밖에 있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듯 가족 밖의 사람들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 가족과 다르다고 무조건 편견을 갖고 혐오하고 공격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생각해보자. 세상의 가족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어느 날 나 자신이, 자녀가, 부모가, 내가 비난하던 가족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가족이든 존재만으로 소중하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