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 대비 투자·고용 조절
생산성 안 줄어도 불황에 빠질 수도
기업 불안케 하는 정책변화 줄여야"

이석배 < 美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노아 스미스는 “어려서 경제 위기를 경험한 사람이 커서 경제학자가 돼 사회에 공헌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어릴 때 부모를 암으로 떠나보낸 사람이 커서 의사가 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경제 위기를 많이 겪은 아르헨티나에서 거시경제학자들이 많이 나온 것을 연관시켰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고도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은 국민이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최근에는 국내적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잇따르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자국 중심 통상, 환율 정책 등을 펼치면서 경제 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업가와 정책 관료, 학자 등 많은 이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둡고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우려한다. 경제 성장 및 경기 순환에 대한 경제 이론의 근간은 생산성에 대한 조망으로 시작한다. 기업이 주어진 자본이나 노동에 비해 얼마만큼 생산할 수 있는가가 생산성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가 성장하고, 생산성이 시기에 따라 높거나 낮게 움직일 때 경기 순환이 발생한다.

경제불황과 생산성 수준이 평균적으로 낮아지는 것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경제 전반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져서 생산이 감소하고 고용이 줄어들면 불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산성의 평균 수준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불확실성과 경기 순환 사이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니콜라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공저자들이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은 불확실성이 경기 순환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거시경제 전반의 불확실성과 미시경제 불확실성을 구별하고 있다. 전자는 같은 시기에 모든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생산성 변화를 뜻한다. 반면, 후자는 개별 기업들 간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생산성 변동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이 결합되면 불황의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블룸 교수 연구팀은 기업 간 이질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미시경제 불확실성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다. 거시적 동향과 무관하게 어떤 기업은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고 다른 기업은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

기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자본 투자나 인력 채용을 결정한다. 투자나 채용 직후 생산에 혼란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은 노동 생산성이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고용을 늘린다. 반대로 생산성이 상당히 낮아지면 해고 및 감원 등을 통해 고용을 줄인다. 투자 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고용이 줄게 된다. 경제 전반적인 생산성 감소가 없더라도 극도의 불확실성만으로 불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확실성 충격이 가해지면 미국 국내총생산이 약 2.5% 하락한다. 또 임금 보조금과 같은 가격 정책의 효과는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감소한다.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는 기업이 가격 변화에 더 조심스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 비춰 국내 경제 사정을 유추해 보자. 최근 정부 경제 정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선의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기존의 정부 정책과 확연히 달라 불확실성을 상당히 증가시켰다. 북핵 문제도 생산성의 불확실성 증가에 한몫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증가시키더라도 그 이익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