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후 손실 난 투자자들, 코스닥 반등하자 환매 나서

설정액 2.9조…전달보다 0.7%↓
4월 상품 출시 이후 첫 감소

공모펀드 경우 최근 3개월 간
10개 중 8개, 평균 2.16% 손실

美 기술주 큰 폭 조정 속
코스닥시장 움직임 '촉각'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뒤 줄곧 증가하던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이 지난달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금융투자업계에선 코스닥벤처펀드가 ‘환매 증가→수익률 악화’라는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펀드 자산의 35%를 코스닥시장 상장사 기업 주식에 투자하도록 한 펀드다. 정부의 시장 활성화 의지가 먹힐 것으로 예상하고 이 상품에 몰렸던 투자자 가운데 일부가 6월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발 빠르게 환매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 첫 감소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7개 자산운용사가 선보인 228개 코스닥벤처펀드(공모·사모 포함)의 지난달 말 설정액은 총 2조9628억원으로, 전달 말(2조9853억원)보다 0.76% 줄었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월별 설정액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공모펀드(10개 운용사 12개 펀드) 설정액 규모가 7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공모와 사모펀드 설정액 모두 축소됐다. 공모 펀드는 6월 말 782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말 7723억원, 8월 말 7556억원으로 줄었다. 7월 말 2조2131억원까지 불어났던 사모펀드 설정액은 8월 말 2조2072억원으로 감소했다.

가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실 구간에 접어든 펀드 투자자들이 7월부터 일찌감치 손절매에 나선 가운데, 8월 중순 코스닥시장이 반등하자 손실에서 수익으로 돌아선 투자자까지 환매 대열에 합류했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한 증권사 강남 소재 프라이빗뱅킹(PB)센터 팀장은 “상반기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엔 코스닥 투자에 별로 관심이 없다가 증권사 추천으로 가입한 사람이 많다”며 “가입 후 한두 달 만에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이들 중 일부가 버티지 못하고 환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 공모펀드의 최근 3개월, 1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2.16%, -1.02%다. 최근 1개월간 손실을 본 펀드는 12개 중 7개, 3개월간 손실을 낸 펀드는 10개 중 8개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펀드는 공모 중에선 ‘KB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1’(-6.38%), 사모 중에선 ‘디에스Quattro.M코스닥벤처’(-6.00%)다.

◆환매 확대되면 수익률 관리 비상

금융투자업계에선 코스닥벤처펀드 환매가 지속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커지면 운용사들은 이에 응하기 위해 ‘투자 바구니’에 담긴 종목 중 높은 수익을 내는 것부터 처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움직임은 펀드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중·장기 전망이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펀드 수급이 꼬이면 펀드매니저는 그 종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수급은 결국 코스닥시장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시가총액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바이오주가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덕분에 지난달 13일 755.65까지 떨어졌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7일 818.86으로 마감해 이 기간 8.36% 올랐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기술주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은 코스닥시장에 부담 요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술주 조정은 코스닥 반도체 장비주에 직격탄을 날렸다”며 “성장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지면 코스닥 바이오주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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