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 벗어난 후 1년새 주가 30배 폭등…거래소는 속수무책

대주주 지분율 97% '품절주'
매년 적자에도 주가 이상 급등

단기과열종목 규정까지 손질
거래소 대응책 전혀 안 먹혀

나노스 "관리종목 탈출 위해
차등감자로 유통주식 늘릴 것"
코스닥시장이 한 관리종목의 ‘이상 폭등’에 얼룩지고 있다. 14개월 전 퇴출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 나노스(8,030300 3.88%) 얘기다. 이 기업 주가는 지난해 7월 거래가 재개된 이후 30배 이상 뛰었다. 시가총액이 5조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2위 종목으로 올라섰다. 나노스가 대주주 지분율 97%대에 이르는 ‘품절주’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가 흐름이다.

한국거래소는 나노스의 이상 폭등을 막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로선 참패다. 나노스로 인한 지수 왜곡 현상까지 벌어져 코스닥시장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 1만%대↑ ‘역대급 수익’

광학필터 제조업체 나노스는 지난 7일 21.11%(1900원) 급등한 1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총은 5조3501억원으로 불어나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13조1949억원)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선 CJ ENM(5조2886억원) 신라젠(5조2547억원), 유가증권시장에선 롯데쇼핑(5조919억원) 한국가스공사(5조310억원) 등을 앞질렀다.

나노스의 주가 폭등 수준은 역대급이다. 법원 회생절차 종결 후 지난해 7월 거래가 재개됐을 당시 주가는 339원(5 대 1 액면분할 이전 기준 1695원)이었다. 약 14개월 동안 상승률이 3115%에 이른다. 광림 쌍방울 등 대주주의 수익률은 1만%를 훌쩍 넘어섰다. 이들은 나노스의 회생절차 기간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당 100원에 투자했다.
나노스의 주가 폭등은 기업 가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휴대폰 카메라모듈 부품인 광학필터를 생산하는 나노스는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꺾여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특별한 신사업 관련 기대조차 없다. 한 애널리스트는 “유통주식 수가 극히 적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출렁이지 않고 폭등세가 1년 이상 지속된 것은 ‘미스터리’에 가깝다”며 “대주주인 광림이나 쌍방울 주가는 막대한 나노스 평가 이익 가치에도 무덤덤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왜곡 갈수록 심각”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나노스의 폭등세를 잠재우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였다. 지난 4월 소액주주 지분율이 2.46%에 불과한 점을 들어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5월 말엔 나노스와 같이 유통주식 물량 부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품절주가 이상 급등하면 빠르게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까지 손봤다.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단일가 매매가 적용된다. 무엇보다 연말까지 소액주주 지분이 유통주식 수의 20%에 미달하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노스는 관리종목 탈피 방안을 내놨다. 지난 7일 장마감 직후 대주주 차등 무상감자로 소액주주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주주 보유지분만 5분의 1로 소각해 발행주식을 4억9083만 주에서 1억781만 주로 줄이기로 했다. 유통주식 수를 늘리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회사 측은 “대주주가 차등 감자 외에 지분 교환을 통해 유통주식 수를 늘리고 신규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노스의 이상 폭등으로 시장 왜곡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코스피지수는 하락했지만 코스닥지수는 나노스 주가 폭등 등의 영향으로 0.45% 상승 마감했다. 나노스가 관리종목에서 벗어나면 2016년 유통물량이 적은 코데즈컴바인이 이상 급등 여파로 FTSE 스몰캡지수에 편입됐던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이성을 찾으라는 신호를 계속 주고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다”며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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