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0년

10년 전과 비교해보니

설비투자 20년 만에 최악
생산·소비지표도 부진
수출·수입 등 3개는 개선

외환보유액 대폭 늘어
외환위기 가능성 낮지만
低성장 리스크 크게 부각
가계부채 급증도 위험 신호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신흥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지표에도 드리우고 있다.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투자가 최근 20년 만의 최악 수준으로 위축되고 있는 데다 생산과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 편중된 수출마저 꺾이면 본격적인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은 지난 10년 동안 개선됐지만 오히려 내부로부터의 위기 촉발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물 경기지표 10개 중 7개 악화

한국경제신문이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를 분석한 결과 경기를 판단하는 실물지표 10개 중 7개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 악화는 투자부문에서 뚜렷하다.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 3월(-7.6%)부터 7월(-0.6%)까지 전월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5개월 연속 위축된 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뒤 20년 만이다. 반면 2009년 7월에는 금융위기 여진에도 설비투자가 18.8% 증가했다. 올 들어 설비투자가 10%대 증가율을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건설투자는 2009년 7월 8.4% 증가했지만 올해 7월에는 0.1% 감소했다.

생산지표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교해 부진하다. 2009년 7월 5.4% 증가한 광공업생산은 올해 7월엔 0.4%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업도 2009년 7월 2.6% 증가했지만 올 7월에는 보합세였다.

체감 경기도 악화됐다. 기업경기실사지수(8월 기준)는 2009년 86에서 올해 74로, 소비자기대지수는 114에서 99로 떨어졌다. 이 두 지수가 100 미만이면 기업과 소비자가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2009년 대비 개선된 지표는 수출, 수입, 신규 취업자 수 등 세 개밖에 없었다. 2009년 7월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한 수출은 지난 7월 6.2% 증가했고 수입은 -35.6%에서 16.4%로 반등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경제동향 8월호’에서 “세계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미·중 무역분쟁 등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규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7월 5000명으로 2009년 7월(-7만6000명) 대비 개선됐지만 실업자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200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월까지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

◆1500조원 가계부채 ‘뇌관’

다른 거시 및 대외건전성 지표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교해 부진한 항목이 눈에 띄고 있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로 2009년 2분기(2.6%)의 ‘반의 반 토막’ 수준이었다. 특히 가계부채(2분기 기준)가 같은 기간 736조원에서 1493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앞으로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교해 대폭 늘어났다. 2009년 8월 2455억달러에서 지난달까지 4011억달러로 증가했다. 단기외채(6월 기준)도 1473억달러에서 1251억달러로 감소해 대외건전성 지표상 숫자로만 보면 금융위기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급락해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4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이 안전판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국채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7월 41bp(1bp=0.01%포인트)로 2009년 7월(126bp)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CDS 프리미엄이 낮아졌다는 건 국가 신용도가 높아져 채권 발행 때 그만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CDS 프리미엄이 낮아진 것은 경제 여건 개선보다는 주로 대북 긴장 완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외환위기 가능성은 줄어든 대신 저성장 리스크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성장 잠재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활력을 어떻게 되찾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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