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0년

● 버블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 오랜 호황은 파국의 씨앗
● 유동성은 순식간에 사라져
● 빈번한 금융혁신 부작용
미국 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부쩍 커졌다. 증시는 사상 최고를 질주하고 있고 투기등급인 BBB 회사채 시장도 2조5000억달러(약 2810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버블(거품)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반박에 파묻히기 일쑤다. 지금 경기는 과열 수준이 아니며 금리도 높지 않아 빚 부담이 덜하며, 최종 대부자인 은행자본도 위기에 대처할 만큼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이번만은 다르다는 말은 항상 틀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리먼 파산이 남긴 교훈을 정리한다.

◆자산 고평가 때만 버블이 터지는 건 아니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때의 주식 고평가는 2008년 위기 때는 없었다. 문제는 주식이 아닌 신용 고평가였다. 주택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평가를 잘못한 것이다. 최근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높은 편은 아니다. 주가(P)는 높지만 수익성, 즉 어닝(E)이 좋아서다. 하지만 어닝이 감소하는 순간 버블이 터질 수 있다.

◆유동성은 한순간 사라질 수 있다

2008년 위기 전 회사채 시장엔 유동성이 풍부했다. 하지만 위기가 터지자 순식간에 돈줄이 말라버렸으며 금리는 23%까지 치솟았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엔 엄청난 유동성이 있다. 하지만 위기가 시작되면 환매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
◆오랜 평온함이 버블을 부른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주기적 금융 위기를 분석해 ‘민스키 버블 모델’을 만들었다. 호황 때는 누구나 돈을 원하며 은행은 온갖 방법으로 대출에 골몰한다. 이는 자산 버블을 만들고 금리를 밀어올린다. 부도가 늘면 은행은 대출을 조여 결국 파국이 일어난다. 오랜 호황이 파국의 씨앗이라는 얘기다. 미국 경제의 확장 국면은 2019년 6월이 지나면 사상 최장으로 기록된다.

◆금융 혁신은 곧잘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2007년 당시 혁신적이라던 CDO 등 구조화상품은 기존 규제를 우회해 막대한 유동성을 만들어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 모기지 등에 돈이 공급됐고 투자자도 만족했다. 최근 크레디트펀드, 개인 간 대출(P2P) 시장에서는 이런 규제 우회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그 규모가 아직 위기를 초래할 수준이 아닐 뿐이다.

◆‘이번만은 다르다’는 말은 항상 틀렸다

2007~2008년 은행들은 CDO, CDS(신용부도스와프) 등 증권화 및 파생 상품을 앞세워 자신의 위험을 다른 곳에 전가했다. 그리고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없도록 해 금융위기를 불렀다. 최근 은행들은 리스크를 낮추려고 대출을 비은행에 의한 대출로 전환하는 복잡한 방법을 쓰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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