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전 여당 의원이 공개
국토부 "확정 아냐" 진화 나섰지만 야당 "김현미 장관 사퇴" 압박

8월 과천·시흥 그린벨트 거래 급증
투기 의혹에 후보지 자격 논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준비 중인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8곳이 사전 유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정보가 새나가면서 토지 가격이 오르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번에 유출된 택지가 지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정부의 공식 발표 전에 노출된 곳을 그대로 공공택지로 지정하자니 정부도 입장이 곤란할 것”이라며 “수요자가 원하는 건 이번에 유출된 지역이 아니라 서울 도달 30분 이내 지역이거나 서울시내라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보지 수정 불가피할 듯

9일 정부와 여당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신규 택지 후보지 8곳이 사전 공개된 뒤 계획 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자신의 지역구인 과천·의왕을 비롯해 안산, 광명, 의정부, 시흥, 성남 등 신규 택지 후보지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면적과 공급 가구 수까지 나와 이들 지역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다.

국토부와 LH가 “구체적으로 결정된 곳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커졌다. 안산시청 도시개발팀 관계자는 “후보 지역이 공개되면서 6일 오전부터 공인중개사와 주민들의 문의 및 항의전화가 빗발쳤다”며 “사업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고 지구 지정과 주민 의견 청취, 공람공고 전까지는 위치와 면적이 공개될 수 없는데 미리 공개되면서 매우 곤란해졌다”고 털어놨다.

신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직에서 물러났지만 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당정유착’으로 규정하고 검찰 고발 및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토부는 비상이 걸렸다. 신규 택지 후보지가 이미 거론된 만큼 실제로 지정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체 부지를 찾기도 쉽지 않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후보지 토지 거래 급증… 투기 의혹

신규 택지입지 후보지 일대에서 최근 그린벨트 임야 거래가 급증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 의원 공개 이전부터 개발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 토지실거래시스템에 따르면 월평균 3~4건이었던 과천시 과천동 일대 그린벨트 내 임야 거래 건수가 8월 들어 21건으로 급증했다. 정부와 LH가 이 일대를 후보지로 검토하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흥시 후보지인 하중동 일대 그린벨트 토지도 8월에만 39건이 거래됐다. 월평균 15~20건 거래되던 지역이었다. 국토부는 신 의원에게 후보지 정보를 제공한 LH 직원 등에 대해 감사를 하고 있다.

유출로 인한 보상비 증가도 문제로 꼽힌다. 시흥시 하중동 일원(46만2000㎡)은 공시지가 15만원(3.3㎡당)인 하중동 토지(전)가 올해 초 189만원에 팔렸을 정도로 이미 값이 크게 뛰었다.

또 다른 후보지인 성남시 수정구 신촌동주민센터 인근 그린벨트 지역(6만8000㎡)도 마찬가지다. 공시지가가 3.3㎡당 53만8000원인 수정구 오야동 그린벨트 토지도 올해 초 167만원에 거래됐다. 이정열 열정공인 대표는 “사전 유출된 후보지들은 이미 공시지가의 3배에 거래된 지역인 만큼 후보지로 선정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고, 정부가 토지 수용 시 보상비 문제로 소유주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도 여전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그린벨트 해제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시장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해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환경정의와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10일 광화문에서 그린벨트 해제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

최진석/허란/박종필 기자 iskra@hankyung.com
디지털경제 시대에 사람과 기업, 거버넌스가 즐겁게 어우러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