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평양회담 前 비준안 처리"·한국 "함부로 해선 안 돼"…충돌 예고
부동산정책·소득주도성장·이해찬 드라이브…'대여 공세' 벼르는 野

여야가 나란히 '일하는 국회'를 외치며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에 돌입했지만, 막상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친 협치 가능성은 작아지는 형국이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3당의 지도부가 새로 꾸려져 협치 기대감이 일기도 했지만, 연일 터져 나오는 정국 이슈에 여야는 첨예한 대치만 이어가고 있다.

우선 청와대가 오는 1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은 여야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18∼20일 평양에서의 3차 남북정상회담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비준동의가 절실하다고 보고 '정상회담 전 비준동의안 처리'를 목표로 삼고 있으나 야당들의 반응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완강한 반대 입장을 한층 분명히 하고 나섰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도 없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 부담만 지우는 정부의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밀어붙이기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바른미래당은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비준동의 문제를 논의하자는 유보적 입장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국회는 결의안 채택 이후에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다.

반면 민주평화당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남북이 체결한 공동선언을 포괄적으로 비준동의 하자고 제안한다.

정동영 대표는 이날 취재진에게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한국당 할아버지 정권이 만든 것인데 그때는 비준동의 절차가 없었다"며 "판문점선언이 남북기본합의서의 확대 복사판인 만큼 그 비준동의에 반대하는 것은 한국당의 자기부정"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야당의 대승적 협조를 당부하며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내고 "한국당이 믿는 보수의 제1가치가 애국이 맞다면 판문점선언을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한국당의 통 큰 협조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현재까지는 여권에서 남북문제에서만큼은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고 있지만 회담에 임박해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정기국회 초반부터 협치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어 보여, 여권이 어떻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갈지 주목된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둘러싼 갈등 외에도 여야 협치를 위한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 아래도 내려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세가 야당으로 하여금 대여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게 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최근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를 들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의 허구론을 내세우며 정책 폐기 및 전환을 압박하던 터였다.

한국당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 민생이 이렇게 힘든데 왜 떨어지지 않겠나.

앞으로도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경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엇박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잇따른 논란성 발언에 여당 의원의 '신규택지 후보지 공개 논란'까지 야권으로서는 공격할 소재가 널린 상황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성향 야당 입장에서는 '협조'보다 '공격'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유인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취임 초반부터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것 역시 야권과의 대립구도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있다.

이 대표가 최근 언급한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이 대표 사례다.

당장 여야는 이번 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대북 이슈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는 동시에 줄줄이 이어지는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에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기국회 초반부터 '지뢰밭 정국'이 이어져 '협치'가 아닌 과거와 같은 '대치'를 반복할 수 있다.

다만 여권이 11월부터 여야정 상설협의체 정례화를 추진 중이고, 한국당은 여야 경제협치회의를 제안하는 등 여야 모두 민생경제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서의 공조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달아오르는 정국에서도 협치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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