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이콧·연기 요구 목소리…"학교가 너무 감싼다" 지적도

경찰이 서울 숙명여고의 정기고사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이달 말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전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숙명여고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이달 28일부터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를 예정이다.

중간고사 일정이 발표되자, 일부 학부모와 학생은 "문제유출 의혹의 진상 규명이 안 됐는데 '쌍둥이 자매'와 또다시 같이 시험을 치러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중간고사 전에 수사 결과가 안 나오면 시험을 보이콧하거나 시험 연기를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수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정황증거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수사로 물증이 나온다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경찰이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학부모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중간고사 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중간고사 전에 수사 결과가 안 나오면 일부 학부모가 열고 있는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거세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3학년인 B양은 "수사 결과 발표 없이 중간고사를 치른다면 쌍둥이가 또 1등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나는 다른 학년이고 수시에 2학기 성적도 들어가지 않지만, 아무래도 찝찝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측이 교내 방송과 개별 발언으로 문제 유출 의혹을 받는 전임 교무부장과 교무부장의 자녀인 쌍둥이 자매를 과도하게 감싸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들에 따르면 학교 측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난달 31일 "무죄 추정이 원칙이다.
쌍둥이 학생은 주요과목뿐 아니라 예체능에서도 성적이 좋았다"며 문제유출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교내 방송했다.

방송이 나오는 동안 학생들은 대체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 학생은 책을 던지며 야유까지 했다고 한다.

방과 후에 소식을 전해 들은 학부모들도 온라인 대화방 등에서 분노를 드러냈다.

일부 교사들은 "오히려 120등도 1등이 될 정도로 숙명여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학교 홍보에 활용해야 한다", "이기적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죄 없는 사람들을 몰아간다" 등 발언을 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생은 "선생님들은 이번 사태에 관해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입단속 해라, 공부나 열심히 해라' 등 경고만 하고 있다"면서 "선생님들끼리 너무 감싸니까 연루된 사람이 더 많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중간고사가 시작될 예정인 28일까지 학교 앞 촛불집회를 신고한 학부모들은 전임 교무부장의 파면과 쌍둥이 자매의 퇴학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조속한 수사 결과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달 5일 학교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품 분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건을 배당받은 지능범죄수사1팀에 지능범죄수사2팀까지 추가 투입되면서 지능1·2팀 수사관 15명 중 12∼13명이 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더하는 중이다.

홍명곤 수서경찰서장은 "수사라는 게 종료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학부모님들 요구사항을 알고 있으므로 가급적 빠른 결론을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결과에 이견이 없도록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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