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2014년∼2018년 상반기 주식대여 현황' 자료
이태규 "증시 안정성 해치고 공매도 판 키워…법 개정 시급"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4년 반 동안 1천조원에 육박하는 주식대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통해 사실상 공매도 세력의 종잣돈 창구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동안 이어져 왔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 청원에 수만 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천문학적 규모의 주식대여 사실이 처음 드러나면서 국민연금의 시장 교란과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건수는 1만6천421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누적 주식대여 금액은 약 974조2천830억원이었다.

국민연금은 연평균 216조5천73억원의 주식대여를 통해 4년 6개월 동안 총 7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는 것을 말한다.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투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허용된 제도지만, 외국인 투자자 등의 대규모 공매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공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이 기존에 보유한 주식 가치도 하락하면서 국민 노후자금이 위협받게 된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금 가입자에까지 손실이 전가될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민연금이 9%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액면분할 후 공매도 대상 종목으로 지목돼 7월 말까지 10% 넘는 주가 하락을 겪었다.

액면분할로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기대해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

이런 논란 때문에 국민연금과 달리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은 주식대여를 아예 하지 않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130조원을 운영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큰 손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수차례 반복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을 받고 "주식 종목당 대여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대여한 주식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모니터링하지도 않아 수탁처를 통한 무제한 주식대여로 주식거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커질 위험도 있다고 이태규 의원은 우려했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1천조원에 가까운 주식대여를 통해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투기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큰 공매도의 판을 키워왔다"며 "국민의 기금이 공매도에 매몰되지 않도록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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