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이주열이 책임져야"
"시중에 풀린 돈 줄여야 해결"

시장선 "부동산 급등, 서울 국한"
이주열 총재 "개발정책으로 집값 상승"
통화정책과 구분 뜻 내비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준비하고 있는 주택 공급 확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 대책과 함께 중앙은행이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 자금을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선 정치권의 금리 인상 요구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이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한은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큰 것은 물론 부동산 시장 규제라는 정부의 특정 목적을 위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을 활용하라는 식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 급등을 방치한 데 절반의 책임이 있는 여당이 엉뚱하게 한은으로 책임소재를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성 줄일 방안 내놔야”

기준금리 인상 논의의 불씨는 한은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최운열 의원이 댕겼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최 의원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 등이 참석한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시중에 풀린 1117조원의 유동 자금을 줄이지 않고선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금리 차가 0.75%포인트(현재 0.50%포인트)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다음달 이후엔 시장에 끌려가듯 올려야 할 것”이라며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일부에선 ‘한은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철희 의원은 6일 JT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해 “이주열 한은 총재 재임 기간 (저금리로) 유동 자금을 많이 풀어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한은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리도록 한 한은도 일정 부분 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한은이 꺼내든 ‘지급준비율 인상 카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금리 탓으로?

한은 고유 권한인 기준금리 결정에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에 한은은 불만이 가득하다. 지난 8월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며 금리 인상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터다.

전문가 반응도 부정적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언급의 부적절성은 차지하고라도 부동산 시장 불안을 통화정책으로 잡으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집값 급등은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돼 금리 수단을 섣불리 썼다간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이 최근 1년간 7.19% 급등하는 동안 울산과 경남은 7% 이상 하락했고 경북과 충북, 충남 등도 4~5%가량 떨어졌다. 시중 유동성보다는 서울시의 강북 개발 발표, 정부의 수도권 택지 개발 착수 등으로 촉발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렸다가 지방 주택 경기 전체가 얼어붙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상승은 경기적 요인보다 개발정책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우섭/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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