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내놓은 게 2년 전인 2016년 8월이다. 이 법안은 큰 공감을 얻었지만, 탄핵국면에 휩쓸리며 입법이 무산됐다.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45% 이내로 묶는 ‘재정준칙’ 도입 등의 법안 내용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도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부채제한법’을 따로 발의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요즘 ‘재정만능주의’로 치닫는 모습이다. 지난주 발표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은 연평균 7.3%씩 늘어난다. 총지출 증가율 발표를 시작한 2004년 이래 최고 수치다. 올해 28조5000억원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2022년에는 63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세금이 잘 걷히고 있어 국채 발행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국가부채가 적은 편이라 ‘좀 써도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명재·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엊그제 국회에서 연 정책토론회에서는 재정팽창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금충당부채(퇴직공무원·군인에게 연금으로 줄 돈)를 포함한 국가부채를 관리지표로 만들고 5개년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금충당부채는 845조8000억원(2017년 말 기준)으로 국가부채 1555조8000억원의 54.4%에 달한다. 지난 한 해 증가한 국가부채 122조7000억원의 80%가 연금충당부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공언하고,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지난해 1만2000명을 뽑았다.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탓에 이로 인한 지출은 연금부채 산출에서 빠졌다. 올해부터 증원이 본격화되면 연금발(發)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의 ‘국가지급보장 명시’ 논란도 국가부채에 큰 악재다.

달러를 찍어내면 그만인 미국과 달리 우리에게 재정건전성은 ‘최후의 보루’일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재정은 후세를 위한 당대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참에 재정건전화법 재논의가 필요하다. 법안 제출 시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하는 ‘페이고(pay as you go) 원칙’도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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