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사망 5년간 213명
치사율도 일반 교통사고의 2배
운전시간 긴 화물차 사고 잦아

운전자 휴식보장 법 개정했지만…
생계형 화물차 기사 대부분이
물건 운송 위해 휴식시간 못지켜

대형차 휴게시설 확충 '게걸음'
졸음쉼터도 진출입로 좁고 짧아
"사고 발생 확률 높다" 외면

지난 2일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졸음운전으로 3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벌초를 위해 경남 합천을 찾은 A씨(48)와 그의 아들(10)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분기점 인근에서 26t 화물차가 A씨 차량을 뒤에서 덮친 것. A씨 차량은 앞서가던 관광버스와 연쇄적으로 추돌했고 버스와 트럭 사이에 끼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찌그러졌다. 15년 경력의 화물차 운전자 B씨(50)는 경찰 조사에서 “눈을 떠 보니 버스가 바로 앞에 있었다”며 “깜빡 졸음운전을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함안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

◆졸음운전 치사율 일반 사고의 두 배

화물차와 버스 등 대형 차량의 졸음운전 참사가 최근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운전 사고는 총 4379건, 사망자는 53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1074건으로 ‘운전자 주시태만’(1283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반대로 주시태만(186명)보다 많은 213명으로 집계됐다.

시외·고속버스도 졸음운전 사망 사고의 주된 가해자로 손꼽힌다. 지난해 7월 오산교통 소속 M5532번 버스가 서행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승용차 안에 있던 50대 부부가 숨졌고 이어 9월에도 고속버스가 차량 8대와 연쇄 추돌해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대형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은 곧바로 참사로 이어진다. 교통안전공단이 2015~2017년 졸음운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는 4.0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평균(2.0명)의 두 배에 달했다.

시외·고속버스보다 업무 환경이 열악한 화물차 운전자들이 졸음운전에 더욱 취약한 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면시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70%에 달했다. 운전자 5명 중 1명은 수면 무호흡증을 겪는 등 수면의 질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장거리 트럭 운전면허증 발급 시 수면 무호흡증 검사를 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비슷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진출입로가 비좁아 사고발생 우려가 큰 졸음쉼터.

◆대형차에 졸음쉼터는 ‘그림의 떡’
전국적으로 일반국도 49곳, 고속도로 241곳 등에서 운영 중인 졸음쉼터는 화물차·버스 운전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서울 양천구 서부화물터미널에서 만난 10년차 화물차 운전자 김모씨는 “졸음쉼터는 진입·진출로가 짧은 곳이 많아 고속도로로 빠져나갈 때 속도가 나지 않아서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접촉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졸음쉼터 대신 인근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국 졸음쉼터 45곳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77.8%인 35곳은 진입로 길이가, 93.3%인 42곳은 진출로 길이가 ‘고속국도 졸음쉼터 설치·관리지침’ 기준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전용 휴게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화물차 등록 대수는 약 45만 대에 달하지만 화물차 전용 휴게소는 전국 30곳에 불과하다. 화물차 전용 휴게소에는 수면시설, 샤워시설 등이 마련돼 있어 운전자들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장기간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영 차고지 역시 전국 19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화물차 운전자들은 심신이 피곤하더라도 ‘위험한 질주’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휴게시설 늘리고 업무 환경 개선해야”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입을 추진해도 해당 주민들은 “소음과 매연 등이 발생하고 교통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공영 차고지 건설이 무산된 강원 원주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원주시는 공영차고지 조성을 위해 부지를 선정한 뒤 사업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주민 반발에 막혀 결국 다른 부지를 찾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이미 주변에 산업공단 등이 있는데 기피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며 “계속 부지를 구하고 있지만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권혁구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화물차 운전자가 휴식할 수 있는 장소가 충분히 확보될 때 졸음운전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며 “화물차 운행량과 사고 다발 지점 등을 고려해 휴게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설치·운영비를 국가와 지자체, 도로공사 등이 합리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관련법을 개정해 화물차 운전자들이 4시간 이상 연속 운전하면 의무적으로 최소 30분 이상 휴식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운송사업자는 적발 횟수에 따라 10~30일의 사업 일부 정지 또는 60만~18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생계형 기사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제시간에 맞춰 물건을 운송하려면 휴식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운전자의 노동 강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졸음운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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