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發) 악재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큰 폭으로 내렸다. 코스피지수도 대장주인 삼성전자(47,400150 0.32%)와 SK하이닉스(76,7002,400 -3.03%)가 급락한 탓에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7일 오전 11시2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0포인트(0.07%) 내린 2286.11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낙폭이 줄긴했지만 지수는 장 내내 하락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2.60%와 3.93% 내리고 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급락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뉴욕증시는 기술주에 대한 불안이 이어지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1% 가까이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88포인트(0.08%) 오른 25,995.87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0.55포인트(0.37%) 내린 2878.05, 나스닥지수는 72.45포인트(0.91%) 하락한 7922.73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증시에서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위시한 인터넷 기업들을 비롯해 기술주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우려가 나와서다. 미국 정부는 정치적 편향, 선거 개입, 독점이윤 등을 이유로 SNS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더해 주요 반도체 업체의 실적 악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주요 기술기업들이 비용 상승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D램 등 주요 반도체 수요의 악화를 골자로 한 보고서를 내놨다. 이어 반도체칩 업체 KLA 텐코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월 들어 회사가 메모리칩 수요 가뭄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그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는 2% 가까이 급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9.8%, 램 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각각 6.9%와 5.2% 안팎의 약세를 보였다. 주요 기술주 중 페이스북은 2.8%, 트위터는 5.9% 내렸다. 아마존과 애플의 주가도 1.8%, 1.7%씩 하락했다.

미국 기술주의 하락에 정보기술(IT), 반도체 섹터의 비중이 큰 국내 증시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종목의 하락에 코스피지수 전체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한다. 반도체 수요 하락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들은 반도체 가격이 2년 주기로 돌아오는 하락 사이클에 진입하긴 했지만 과거와 하락 원인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과거 D램 가격 하락은 제조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공정 미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 따른 급격한 공급 증가에서 비롯됐다"며 "이번엔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데도 모바일 등 일부 수요업체의 단가 인하 압력이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기술주의 불안은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기인했다게 시장의 우세한 분석이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이날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할 경우 IT 제품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무역분쟁이 잠잠해질 경우 IT 및 반도체주의 하락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비용 증가 등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에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실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며 "향후 증시는 추가적인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벤트보다는 경제지표에 주목하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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