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빠르게 움직여야…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 역할도 중요"

전중훤 블록체인이코노믹포럼 아태지역 회장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 자체가 아니라 규제의 불확실성이에요. 규제가 존재한다면 규제에 맞추면 되고 규제가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라 문제가 되는 것이죠.”

지난 6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2018 암호화폐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선 전중훤 블록체인 이코노믹 포럼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사진)은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상황을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훌륭한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나라지만 이를 활용해 페이스북, 구글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면서 “블록체인은 아직 기회가 충분한 시장이므로 빠르게 표준화 작업을 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휴렛팩커드(HP) 아태지역 조세재정총괄본부장을 지낸 뒤 HP 엔터프라이즈의 한국 서비스 사업 법인 DXC 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맡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에 정통한 인사다. 그런 그가 한국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반복할 만큼 글로벌 시각에서 보는 국내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이다.

특히 각국 전문가들과 함께 블록체인 포럼을 주최한 경험을 들어가며 한국의 위상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짚었다.
전 회장에 따르면 올 2월까지만 해도 한국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프리미엄(Premium)을 지닌 국가로 인식됐다. 하지만 6월이 되자 리딩(Leading) 국가 수준으로 뒤처졌고, 현재는 그러한 인식조차 거의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그는 “블록체인은 한 마디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컴퓨팅이다. 기존 중앙통제 기반 컴퓨팅에서 개인간(P2P) 기반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산업혁명, 인터넷 혁명을 통해 권력과 정보가 분권화됐듯 블록체인을 통해 컴퓨팅도 분권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얘기다. 블록체인이 투표, 은행 시스템, 교육, 기부, 출판 등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음도 강조했다.

전 회장은 “암호화폐는 일종의 동기로 작용해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글로벌 확장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암호화폐를 투기적 수요로 보는 기존 발상을 전환해 장기적 가치투자 수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도 힘줘 말했다. 그는 “한국의 블록체인 시계는 아직 동 트기 전 새벽”이라면서 “블록체인 선도 국가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해가 뜨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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