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털(VC)인 KB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 제약회사 존슨앤존슨과 일본 다케다제약이 이스라엘에 공동 설립한 바이오 인큐베티어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총 2500억원 이상의 신규 펀드를 조성해 업계 선두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투자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승부수에 KB인베스트먼트가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이스라엘 바이오 인큐베이터인 ‘FutuRx’에 1300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FutuRx는 미국 존슨앤존슨, 일본 다케다제약, 그리고 미국 1위 헬스케어 투자기관 오비메드가 이스라엘에 공동으로 설립한 인큐베이터다. 지난해 3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고, 올해 다시 신규자금을 모으는 과정에 K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이번 2차 자금모집엔 세계 각국의 투자기관이 약 5500만 달러의 자금을 넣었다.

FutuRx은 이스라엘 정부의 혁신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인큐베이터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발굴해 3년 동안 총 210만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해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낸다. 약 50%의 기술은 바이오 강국인 이스라엘의 기술이고, 나머지 절반은 스탠포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존스홉킨스 등 미국 주요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이다. 존슨앤존스 사업부에서 분리한 스핀오프도 있다. FutuRx에 들어오려는 경쟁률이 90대1에 이를 정도다. 투자 운용은 글로벌 바이오 투자운용사 RMGP가 맡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을 상대로한 혁신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 투자채널을 확보하게 됐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KB인베스트먼트는 한국투자파트너스를 VC업계 1위 회사로 키워낸 김종필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가 올 3월 입성한 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선두권 VC인 KTB네트워크,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모두 거친 VC업계의 ‘전설’로 통한다. KB인베스트먼트는 김 사장이 합류한 올 상반기 작년보다 283억원 늘어난 664억원의 투자를 실행했다. 투자업체 수도 작년과 비교해 11개 늘어난 31개 회사에 달했다. 김 대표 영입과 동시에 공격적 투자 행보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올 들어 250억원 펀드레이징에 성공했고, 올 9월말까지 KB 디지털 이노베이션 벤처투자조합(1500억원), KB 지식재산 투자조합 2호(400억원), KB 디지털 콘텐츠 해외진출 투자조합(400억원) 등 2300억원 규모의 펀드조성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올 한해만 2550억원의 운용액을 늘리는 파격적인 행보다. 김 대표의 전문성과 KB금융지주의 자금력이 결합해 VC 1위 도전에 나섰다는 평이다. 실제 올해 펀드 모집이 모두 마무리되면 벤처조합 운용액이 8000억원 돌파해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이어 업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사모퍼드 운용자산을 합할 경우 운용액은 1조20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15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KB디지털이노베이션벤처투자조합’는 단독으로 운용하는 벤처펀드 중 KB인베스트먼트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엔 벤처투자의 새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인베스트먼트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게 배경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퇴직 후 미국에 건너가 있던 김 사장을 설득해 ‘전권을 맡기겠다’고 설득한 것도 윤 회장으로 알려졌다. VC업계 관계자는 “KB인베스트먼트가 KB금융지주의 전폭적 지원 아래 재도약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VC업계의 판을 뒤흔드는 변수”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선제 투자채널 확보다. KB인베스트먼트는 앞서 국내 액셀레이터 블루포인트에 150억원의 지분투자를 한데 이어 FutuRx에 자금을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기기업 발굴 네트워크를 가진 액셀레이터와 인큐베이터를 통해 전세계에서 승부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집행, 수익성을 극대화 하겠다는 계산이다. 글로벌 바이오 투자 인력을 확충하고, 별도의 데이터분석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도 해외투자 확대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란 분석이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올해 한단계 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투자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KB금융지주의 신용도와 자금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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