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최저임금위원회 개편에 본격 나섰다는 한경 보도(9월6일자 A8면 참조)다. ‘고용쇼크’를 부른 최저임금의 급속 인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에 사실상 휘둘리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최근 2개월 새 국회에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17건이나 된다.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거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일부를 인선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야당은 조만간 당론을 확정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법 논의가 ‘본질’이 아니라 지엽적인 것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적 추세인 명확한 책임 소재, 노사의견 존중, 구체화한 최저임금 인상률 지표 설정 등을 언급도 하지 않아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구성 개편’ 보고서는 야당의 논의 수준이 세계 흐름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등 조사대상 37개국은 의회, 행정부, 별도 위원회 등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이 중 행정부가 결정하는 나라는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17개국, 한국의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별도 위원회가 결정하는 나라는 영국 독일 벨기에 등 16개국이다. 최저임금 결정기관과 방식이 달라도 결정에 따른 책임소재가 명확하고 노조나 사용자 일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행정부가 결정하는 17개국은 대부분 노·사·정 위원회 의견을 참고하지만 노사 자율 협의 결과를 우선시한다. 별도 위원회가 결정하는 16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벨기에와 포르투갈은 위원회에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만 정부가 나선다. 영국은 노사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한다.

대부분 국가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산정할 때도 임금수준, 물가상승률 등 각종 지표를 명시한다. 정부 ‘입맛’대로 인상률이 정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자의적인 인상률 결정을 막는 게 국회 최저임금위원회 개편안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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