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나라가 ‘철도의 날’을 두고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철도의 날은 6월28일이다. 철도국이 창설된 1894년 6월28일을 기념해 제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최초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된 날인 9월18일을 철도의 날로 기념했는데, 일제가 침탈을 목적으로 철도를 개통한 날을 정해 기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날짜를 변경한 것이다.

철도는 물류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의 전문경영인, 주주의 유한책임, 관료조직 등 현대 기업 체계도 철도와 함께 발전해왔다.

철도의 정시 출·도착을 위해 상호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필요로 하게 됐고, 조직 장악력 역시 필수적인 역량으로 부각됐다. 철도회사는 수리공, 기관장, 역장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위체계를 고안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적인 관료제가 탄생했다. 직원들의 처우 문제도 고민거리였다. 기존 직원들의 업무 노하우와 경험을 높이 사는 것이 경영에 유리하다고 판단, 승진 시 기존 직원을 먼저 고려하는 연공서열 제도도 구축하게 된다.

현대적 의미의 전문경영인 제도도 철도산업에서 시작됐다. 철도가 특정 지역을 넘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여러 지역의 기차역과 열차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서 고안된 개념이 전문경영인 제도다. 과거처럼 한 사람이 중앙에서 각 지역의 일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역마다 관리자를 두고 특별한 보고 없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늘날 전문경영인의 모습이다.

철도산업이 커져 개인 자금만으로는 운영이 어렵자 투자자를 모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유한책임제가 도입된다. 투자자는 투자한 금액만큼만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많은 투자자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19세기 말에 가장 크게 발달한 산업은 철도산업이었다. 이 철도회사의 성장을 지켜본 다른 산업 분야의 회사들은 철도회사의 경영 방식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철강왕 카네기 역시 대규모 철강회사를 운영하기 직전 철도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철도산업 발전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철길을 놓기 위한 땅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의 땅을 헐값에 매입하거나 무상으로 징발하기도 했고, 삶의 터전을 잃은 원주민과 무력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날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기업구조의 초석을 철도산업이 놓았다는 점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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