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일본 근현대 정신의 뿌리인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 중심으로
근대화 과정서 日민족주의 발전 추적

조선 정벌 정당화한 '정한론' 등
日우익의 이론적 토대 알 수 있어
한·일 관계의 배경 이해하는 데 도움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김세진 지음 / 호밀밭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일본 근현대 정신의 뿌리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에도막부에 맞서 메이지 유신을 가능하게 했던 조슈번(야마구치현) 출신인 그는 개인 학교인 쇼카손주쿠를 설립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메이지 유신을 이끄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총리 2명과 장관 4명 등 걸출한 인물들이 이 학교에서 배출됐다. 우리 민족에게 익숙한 이토 히로부미가 이 학교 출신이다. 한반도 점령을 정당화한 정한론도 요시다 쇼인의 저서에서 비롯됐다.

김세진의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호밀밭)는 요시다 쇼인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메이지 유신의 전개 과정과 일본의 민족주의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다룬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많은 일본인이 여전히 요시다 쇼인의 사상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음을 염두에 두면 이 책은 현재의 한·일 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독자는 얇은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일본 근현대사와 한·일 관계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을 직접 발로 확인하면서 쓴 책답게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서 자극을 받은 독자라면 저자가 제공하는 ‘요시다 쇼인과 쇼카손주쿠 3박4일 탐방코스’를 이용해 역사 여행길에 오를 수도 있다.

1830년 8월에 태어난 주인공은 법으로 금지된 일본 국외 여행을 시도했다. 일본 개항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페리 미국 제독에게 해외로 떠나는 일을 간청하기도 한다. 그가 미국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선진 문물을 배워 나라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시도가 실패하고 에도막부가 그 소식을 알게 되면서 주인공과 동지들은 감옥에 갇힌다. 그의 나이 26세 때의 일이다. 감옥에서 집필한 《유수록》엔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은 물론이고 훗날 2차 세계대전의 근거가 되는 대동아공영권 이론도 담겨 있다. 일본 우익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이다. 그는 1858년 29세에 막부 타도 운동을 전개해 이듬해 사형되고 만다. 불꽃처럼 살다간 29년이었다.
요시다 쇼인의 사상은 존왕, 양이, 정한론, 다케시마(울릉도) 개척론 등으로 구성된다. 그가 세운 개인 학교 쇼카손주쿠에서 교육받은 학생 가운데 30.6%가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쇼카손주쿠는 촌구석에 불과하지만 반드시 일본의 뼈대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그의 예언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이 책에는 그에게 깊은 영향을 받은 이토 히로부미를 포함해서 주요 인물의 행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한반도로 진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다케시마를 점령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여전히 일본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 또한 그를 기념하기 위한 신사 즉, 조슈신사에서 출발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애국심 넘치는 젊은 작가의 정성이 듬뿍 담긴 책이다. 유익함과 재미라는 면에서 독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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