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공급 없고 기업은 호황
아파트값 2년10개월째 상승

지난 2012년 여수해양엑스포 개막 당시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 한경DB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지만 여기선 남의 얘기다. 전남 여수시다. 다른 지역 집값이 한두 달 새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동안 여수 아파트 매매가격은 고고하게 오르는 중이다. 전셋값도 강세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그동안 공급량이 많지 않았던 데다 기업경기 또한 호황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3년째 상승하는 집값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여수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0.39% 상승했다. 2015년 11월 이후 2년 10개월째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올해 들어선 1~8월 전국 집값이 0.27% 떨어지는 동안 여수 아파트 매매가격은 3.30% 올랐다. 수도권(1.55%)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지방(-1.97%)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크다. 지방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비교하면 대구 수성구(4.33%)와 중구(3.76%) 바로 다음이다.

여수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이미 억대다. 내년 웅천지구에 입주하는 ‘여수웅천꿈에그린1단지’ 전용면적 100㎡ 분양권은 지난달 4억2565만원에 손바뀜해 직전 거래이던 5월 대비 4000만원가량 올랐다. 중저층 매물이 3억4000만~3억6000만원대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분양가 대비로는 1억5000만원 정도 올랐다.

1단지보다 규모가 큰 2단지는 지난 두 달 동안만 42건의 실거래가 이뤄졌다. 연초 2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최고 3억2000만원 선에 팔렸다. 인근에 입주한 ‘웅천지웰3차’ 같은 면적대는 3억6300만원에 지난달 실거래됐다. ‘웅천지웰2차’ 전용 84㎡는 이미 4억원을 넘어섰다. 웅천동 K공인 관계자는 “학군이 좋은 데다 바다 조망까지 가능해 인기가 높다”면서 “부촌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여수에서 유일하게 3.3㎡당 1000만원(공급면적 기준)을 넘겨 거래된다”고 전했다.

소라면에 들어선 ‘죽림양우내안애’ 전용 59㎡는 지난달 2억4000만원에 실거래돼 5월보다 4000만원가량 올랐다. 전용 84㎡는 같은 기간 최고 6000만원 급등한 2억9000만원에 최근 손바뀜했다. D공인 관계자는 “지역 소득은 높은데 새 아파트가 많지 않다 보니 여기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지역 내 손바뀜이 많은 게 여수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다. 아파트 매매거래의 외지인 비율이 20% 이내에 불과하다. 매입자의 거주지가 여수시 외 지역인 비율은 6월 18%에서 지난달 12%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거래는 절벽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매월 240~270건이 꾸준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공급 많지 않고 기업은 好실적
전문가들은 지역 경기 호황이 부동산 시장을 견조하게 끌고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여수산업단지에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호실적이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영남지역 부동산 시장이 기업 부침에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여수 웅천지구에 들어서는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 건설현장. 한화건설 제공

여수산단에 들어선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각각 2조29200억원을 넘겼다. 한화케미칼의 7900억원까지 더하면 석화 ‘빅3’의 영업이익은 7조원에 육박한다. 투자도 줄을 잇는다. LG화학은 최근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 내 약 33만㎡ 부지에 제3공장을 짓기로 했다. GS칼텍스 역시 2조원을 투자해 약 43만㎡ 부지에 석유화학공장을 짓는다. 한화케미칼 또한 3000억원을 들여 약 16만㎡의 땅에 공장 신·증설하기로 했다.

교통망 개선과 관광산업 활황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수는 2012년 해양엑스포를 기점으로 KTX전라선이 개통된 뒤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작년 방문 관광객은 1508만명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관광지가 됐다. 해상케이블카와 오동도, 돌산공원이 여수가 자랑하는 관광자원이다. 최근에는 낭만포차거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그동안 여수에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집값이 꾸준히 올랐다고 설명한다. 웅천동 H공인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여수엔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이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집값이 급등락하지 않고 천천히 우상향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수엔 2015년 4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공급이 전무했다. 2분기 이후 1400여 가구가 입주했다. 올해는 3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고 200여 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공급이 많지 않다 보니 전셋값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여수 아파트 전세가격은 1~8월 1.86% 상승해 지방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국으로 따져봐도 서울 종로구(2.72%)와 성북구(1.98%)에 이은 세 번째다.

여수 아파트 전셋값은 매매가격에 거의 근접하는 중이다. 전세를 낀다면 5000만원 안팎에 준공 5년차 이내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보니 갭투자자들도 기웃거린다. 국동 ‘서희스타힐스’ 전용 59㎡는 매매가격이 1억9000 수준인데 전세가격은 1억5000만원 선이다. 여수엑스포 인근인 덕충동 ‘엑스포힐스테이트2단지’ 전용 59㎡ 역시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4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준공 14년차를 맞은 선원동 ‘우미이노스빌’ 같은 면적대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93%에 이른다. 최근 8층 매물이 2억1300만원에 매매거래됐는데 5층 전세는 2억원에 계약됐다. D공인 관계자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전세가율이 80%를 웃돌다 보니 투자를 문의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근 순천·광양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KTX 순천역 인근인 오천동 ‘호반베르디움’ 전용 84㎡는 매매가격이 2억9500만원인데 전셋값은 2억6000만원 수준이다. 2015년 준공된 신축 아파트인데도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다. 광양시 중동 ‘성호2차’ 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500만원 정도만 있어도 한 채를 살 수 있다. 매매가격이 7000만~8000만원대에 불과한 것에 반해 전세가격은 턱밑 수준인 6300만~7300만원대여서다. 한 부동산 투자자는 “4억~5억원을 들고 여수·순천·광양 일대를 돌면 집주인이 아니라 단지 주인이 될 수 있다”면서 “과장을 보태면 혼자 재건축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들 지역엔 내년 일시적으로 공급이 몰릴 예정이어서다. 여수는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2267가구가 입주한다. 순천 또한 올해와 비슷한 177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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