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 법무부 장관 >

검찰은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LNG(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건설공사를 담합으로 수주한 10개 대형 건설회사와 소속 임직원 20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서로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경쟁 없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정상가보다 약 2000억원이 많은 공사대금을 부당 취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밖에도 4대강 공사 담합사건, 호남고속철 공사 담합사건 등 입찰 담합의 예는 허다하다. 라면, 우유, 아이스크림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비재 가격 담합도 많다.

담합행위는 시장의 공정경쟁을 훼손해 거래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다. 이로 인한 손실은 건전한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행위 근절을 위해 과징금 부과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금액에 따른 범죄억지력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들이 담합의 유혹에 쉽게 노출됐던 이유다.

최근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소위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를 38년 만에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기업이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이중으로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돼 ‘남고발(濫告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전속고발제 폐지의 목표는 기업처벌이 아니라 공정경쟁을 통한 시장의 건전한 발전이다. 전속고발제 폐지 범위를 중대한 경성담합으로 한정한 이유다. 나아가 검찰은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 한해서만 우선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중 수사 또는 조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차의 성능, 운전자의 능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안전한 도로와 교통규칙이다. 우리 경제에도 튼튼하고 안전한 도로와 교통규칙이 필요하다. 누구나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경쟁이 가능한 투명한 시장질서 위에서만 경제주체들은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전속고발제 개편이 공정하고 ‘정의(正義)’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기업들의 자유경쟁을 촉진해 ‘경제(經濟)’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튼튼하고 안전한 기반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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