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문 일룸 대표

인터뷰이케아식 '짧게 쓰고 버리는'
패스트 퍼니처와 다른길 갈 것
앞다퉈 소품 사업 뛰어들지만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

올해 매출 2300억 전망
기획·디자인·제조·유통까지
담당하는 가구업체는 일룸뿐
자체 생산율 99.9% 달해
기능성 중시한 디자인으로 승부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가구업계 1위 한샘이 유일하게 1등을 하지 못한 품목이 있다. ‘학생 가구’다. 이 시장에는 일룸이 있기 때문이다. ‘니치 브랜드’로 꾸준히 성장하던 일룸은 2013년 종합가구업체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안전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면 다른 가구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6년 만인 올해 일룸 매출은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에 비해 283% 늘어난 수치다. 2012년 퍼시스에서 일룸으로 옮겨와 일룸의 ‘고속 성장’을 이끈 강성문 대표(사진)는 5일 서울 일룸 송파점에서 기자와 만나 “기능을 중시하는 일룸만의 디자인과 99.9% 자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2300억원 종합가구 회사로

올 상반기 일룸 매출은 1207억원. 지난해 동기보다 13%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상반기 7%대로 전년의 두 배 수준이다. 강 대표는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19.6% 늘어난 23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 일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션베드 누적 판매량(6월 기준)이 1만5000개를 돌파하며 성장에 힘을 보탰다. 강 대표는 또 “2016년 새롭게 선보인 폼매트리스 브랜드 ‘슬로우’와 디자이너·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 브랜드 ‘데스커’의 매출도 올해 각각 약 140억원, 1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일룸 정체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깔려 있다는 게 강 대표의 평가다. 그는 “일룸은 ‘좋은 가구를 들여와 파는 회사’가 아니라 ‘좋은 가구를 만드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일룸이 판매하는 제품은 3400개 품목에 달한다. 딱 1개 제품만 외부에서 조달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적극 활용하는 다른 대형 가구업체들과는 다르다는 얘기였다.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국내 제조,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가구 회사는 일룸이 유일하다.

“이유 없는 디자인은 없다”

강 대표는 “일룸의 최대 강점은 ‘기능성을 중시한 디자인’”이라며 “디자인이란 아름다움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능성과 내구성을 중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 계단의 발 딛는 부분만 더 튀어나온 아이 2층 침대 ‘팅클팝’, 발이 닿는 곳에 때 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아래 부분만 회색으로 마감한 패밀리 침대 ‘쿠시노’ 등을 예로 들었다.

강 대표는 “이런 디자인의 힘은 초기 기획, 시장조사, 제품 설계, 생산, 포장, 시공방법까지 디자이너가 책임지는 시스템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원(119명) 중 디자이너팀은 18명으로 가장 많다. 퍼시스그룹에도 일룸 브랜드의 제품 배치를 담당하는 10여 명의 공간 디자이너가 따로 있다. 강 대표는 “일룸은 디자인을 산업으로 완성시킨 유일한 가구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등 욕심 없어”

지난해 매출 기준 일룸은 가구업계 7위다. 몇 위가 목표냐고 묻자 강 대표는 “한 번도 일룸이 가구업계 몇 위인지 세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순위가 아니라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얘기다. 그 가치는 ‘좋은 가구를 직접 제작해 판매한다’는 일룸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구업체들이 너도나도 소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강 대표는 “소품 시장은 앞으로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강 대표는 “이케아가 들어온 이후 짧게 쓰고 버리는 ‘패스트 퍼니처’가 유행하고 있지만 일룸이 지향하는 건 ‘슬로 퍼니처’”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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