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의 조선시대 버전이 만들어진다면 그 모습이 '물괴'가 아닐까.

영화 '물괴'는 조선왕조 중종실록에 기록된 괴이한 짐승을 모티브로 했다. 물괴가 나타나 중종이 경복궁을 3년이나 비웠다는 기록에 허종호 감독이 상상력을 더해 각각의 캐릭터와 서사가 완성됐다.

폭군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 됐지만 신하들의 등살에 위협받는 중종(박희순 분). 갑자기 나타나 역병을 퍼트리고 백성을 죽이는 물괴는 중종의 정치적인 기반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의 곁을 떠나 숲에서 사냥을 하며 지내던 내금위장 윤겸(김명민 분)을 다시 찾은 것도 물괴를 없애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함이었다.

본 사람은 없지만 잔혹하게 죽어가는 피해자는 늘어가고, 윤겸이 물괴의 정체를 추적하기로 결심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윤겸의 뒤를 그의 오른팔 성한(김인권 분), 딸 명(이혜리 분)이 따르면서 물괴 수색대도 완성된다.

/사진=영화 '물괴' 스틸컷

그 이후의 과정은 이전의 다른 추격 스릴러와 궤를 같이한다. 쫓고 쫓기는 물괴와 수색대의 추격전, 목숨을 건 혈투, 그리고 물괴를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 간의 다툼이 맞물리면서 극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물괴의 탄생, 그리고 활약은 12년 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떠오르게 한다. 현대인들에게 친숙했던 한강에서 인간의 이기심으로 괴물이 탄생한 것처럼, 물괴는 조선시대의 상징과 같은 장소인 경복궁, 그곳에서도 중심인 근정전의 지하에서 태어나 인간의 이기심을 먹고 자랐다.

비슷한 탄생 스토리를 가졌지만 10년여의 시간이 흐른 만큼 물괴는 더욱 진화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됐지만 움직임은 물론 눈빛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어색함이 없었다. '물괴'의 성패는 물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몫을 톡톡히 해내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물괴를 제외한 캐릭터들의 전형성은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물괴를 수색하고, 무찌르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윤겸의 모습은 김명민의 히트작 '조선 명탐정' 시리즈 김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극의 긴장을 풀어주는 B급 코미디를 함께 선보이는 파트너가 오달수가 아닌 김인권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여기에 강박에 가까운 해피엔딩, 가족애 강요는 극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105분이라는 런닝타임 동안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물괴'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물괴'와 함께 추석 연휴를 겨냥한 '명당', '안시성'과 같은 사극 장르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존재감도 확실하다.

오는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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