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고효율 양립한 프리미엄 패스트백
-포르쉐의 전기화 앞당길 초석

자동차산업에서의 '전기화'는 스포츠카를 만드는 포르쉐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바로 배출가스 저감 때문이다. 사실 포르쉐는 처음부터 전기동력 시스템을 적용한 차를 만들었다. 1898년 포르쉐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개발한 로나 포르쉐 믹스테 하이브리드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내연기관이 세계적 흐름이 되면서 전기동력은 빠르게 잊혀져 갔다.

20세기말 화석에너지 고갈, 지구온난화 등으로 연료소비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업계 전반에 요구됐고, 전기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포르쉐는 서킷에서 전기화 노하우를 갈고 닦은 것에 이어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포르쉐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그렇게 태어났다. 강원도 일대와 인제스피디움에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를 탔다.


▲디자인&상품성
포르쉐 전 제품의 근간은 911이다. 파나메라 역시 911의 매끈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프론트 엔진, 4도어 등의 특성을 고려했다. 외관은 기존 1세대 패스트백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보다 날렵한 실루엣을 갖췄다.

전면부는 브랜드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4개의 LED로 구성한 헤드 램프, 범퍼의 흡기구를 관통하는 기다란 수평 바가 특징이다. 엔진을 앞바퀴 차축 뒤에 심은 덕분에 후드 끝을 더 내렸고, 그 결과 911만큼 낮은 범퍼를 장착했다.

측면부는 3m에 가까운 휠베이스(2,950㎜)를 바탕으로 길게 뽑아냈다. 특히 C필러에 쪽창을 더하면서 1세대 파나메라와 비례를 달리했다. 포르쉐 하이브리드는 크롬 엠블럼 뒤에 연두색을 더해 차별화했다. 파나메라도 예외는 아니다. 앞펜더와 트렁크에 붙은 차명에 연두색을 넣었다.

후면부는 넓고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어냈다. 수평형 테일 램프를 한껏 치켜올렸지만 번호판, 반사등, 머플러 등의 높이를 효과적으로 설정한 결과다. 제동등은 헤드 램프의 주간주행등처럼 4점식으로 마련해 일관성을 강조했다. 회사명과 차명을 빠짐없이 새긴 점도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트렁크 리드엔 주행속도에 따라 여닫는 가변식 스포일러를 숨겨놨다.







실내는 기하학적 구조로 설계해 반듯한 모양이다. 곡선 중심의 외관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포르쉐 어드밴스드 콕핏 계기판은 5개 원형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과 디지털을 잘 조화시켰다. 중앙의 엔진회전과 속도계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모니터화한 것으로 타코미터 아래엔 모터, 충전상태를 알리는 연두색 표시등을 설치해 하이브리드임을 알린다.

센터페시아의 12.3인치 터치스크린은 넓은 데다 해상도가 높아 보기 편하다. 에어컨은 물론 서스펜션 등의 섀시 제어가 가능한 센터콘솔은 햅틱 기능을 지원하는 고광택 패널로 마감했다. 모든 좌석은 고성능차답게 세미 버킷 형태로 꾸몄다. 자세를 쿠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느낌을 강조했다. 뒷좌석은 2명이 앉는 독립 구조로,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못지 않다.

해치 도어로 여닫는 트렁크의 기본용량은 405ℓ로, 4S보다 90ℓ 좁다. 배터리 등의 부품을 더하면서 폭이 줄어든 탓이다. 때문에 골프백은 대각선으로 1개를 겨우 넣을 정도다. 그러나 뒷좌석(4:2:4)을 모두 접으면 용량은 1,215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파나메라의 PHEV 동력계는 파나메라 4S를 기반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440마력을 내던 V6 2.9ℓ 가솔린 트윈터보를 330마력으로 낮추는 대신 136마력의 모터를 더했다. 합산 최고출력은 462마력, 최대토크는 71.4㎏·m다. 0→100㎞/h 가속시간은 4.6초로 4S보다 0.2초 늦다. PHEV 시스템에 따른 무게 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 적용하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와, 출발과 동시에 작동하는 모터 덕분에 토크는 월등하다.



시승중 먼저 선택한 E-파워 모드의 주행은 모터 구동으로 시작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고 잘 활용하면 전기만으로 33㎞ 정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그 움직임은 고요하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포르쉐를 이렇게 타자니 뭔가 어색하다. 여느 전기차보다 무거운 데다 브랜드 이미지와 다소 동떨어진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각 때문이다. 회생제동은 동력에너지를 회수하는 감각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깊숙히 밟아 엔진을 깨우면 포르쉐 본연의 사운드가 울리면서 존재감을 알린다.

E-파워 모드는 가솔린 소비를 지양하지만 출발 시 급가속을 극대화할 수 있는 런치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 모터와 엔진 힘을 합하고 강한 변속충격과 함께 노면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은 분명 내연기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달리기였다. 향후 포르쉐가 이런 감성을 전기차에 어떻게 적용할지 궁금하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배터리 쓰임새에 따라 하이브리드 오토, E-홀드, E-차지 등의 세부 모드를 택할 수 있다. E-파워 모드로 주행하다 14.1㎾h의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방전되면 주행중 충전을 위해 자동으로 바뀌는 모드이기도 하다. 모터와 엔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성향을 체험할 수 있다. 효율은 ℓ당 12.3㎞(복합 기준)로 4S보다 30% 정도 높은 수준이다. 파나메라의 성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주행모드는 단연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다. 엔진과 하체에 힘이 바짝 들어가면서 운전재미를 높인다. 8단 PDK는 패들 시프트를 통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

인제스피디움의 내리막 직선주로에선 스포츠 리스폰스를 활성화해 급가속을 해봤다. 최대 20초동안 가속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종의 부스트 기능이다. 변속해서 속도를 올리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마치 운전자의 의지보다 더 빠르게 질주하려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신형 파나메라는 경량화, 고강성을 확보한 MSB 플랫폼과 뒷바퀴 조향 등의 섀시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하이브리드는 트렁크 아래에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배치한 덕에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뒤쪽이 무거워져 더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또 뒷바퀴 구동력을 강조했던 전 세대의 4WD와는 달리 새 파나메라는 주행상황에 따라 앞바퀴에도 많은 힘을 실어준다. 실제 차를 아무리 던지듯 몰아쳐도 타이어 한계 내에서만큼은 운전자가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다. 반면 그 만큼 스릴 넘치는 운전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총평
포르쉐의 끊임없는 도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파나메라'라는 높은 제품력과 PHEV 기술이 만들어낸 총아로,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하이브리드는 스포츠카만 만들던 포르쉐에게 낯설지 않은 분야였고, 이렇게 스며든 전기화는 앞으로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존재할 것이다. 실제 포르쉐가 내년 순수 전기차 타이칸을 출시할 예정인 만큼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전기화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1억5,980만 원이다.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시승]미니밴의 모범 답안, 토요타 시에나
▶ [시승]실속파를 위한 선택, 2019년형 SM6 GDe SE
▶ [시승]돌아온 진짜 오프로더, 짚 랭글러
▶ [르포]"어떻게 이런 곳을?"…루비콘 트레일을 가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