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소송서류, 행정처→청와대→대법원 거쳐 '바꿔치기'
"김기춘이 '법외노조' 밀어붙여"…상고법원·법관파견 '거래' 의심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둘러싼 소송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이 소송은 재판 당사자 격인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물밑 거래 속에 관련 서류를 대필해 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사건이다.

정부 측에서 소송서류를 접수하기 직전에 법원행정처가 소송서류를 대신 작성한 뒤 청와대를 거쳐 고용노동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청와대 비서관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소송서류의 구체적 전달경로를 확인했다.

법원행정처에서 출발한 서류가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를 거쳐 대법원 재판부로 되돌아간 과정을 조사하고, 서류 대필을 지시한 '윗선'의 의사결정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한창훈 전 고용노동비서관을 불러 2014년 노동부의 재항고이유서가 재판부에 제출되기까지 과정을 캐물었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항고이유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 소속 비서관들을 거쳐 2014년 10월8일 소송 주체인 노동부에 전달됐고 당일 대법원 재판부에 접수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의 연락책 역할을 한 김 전 비서관은 2011년까지 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노동부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들도 재항고이유서를 작성했지만, 서류가 도중에 '바꿔치기' 됐다.
변호사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대필해준 서류로 소송을 진행한 양승태 사법부의 '셀프 재판'에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은 노동부 공무원들은 "김 전 실장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청와대가 보낸 서류를 재판부에 그대로 제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차원에서는 애초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관철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 6월15일 "승소시 강력한 집행"을 지시했다.

나흘 뒤인 6월19일 본안소송 1심에서 전교조가 패소한 직후 교육부는 ▲ 노조 사무실 지원 중단 ▲ 단체교섭 중지 및 해지 ▲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외노조화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전교조는 2014년 9월 서울고법이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일시적으로 노조 지위를 얻었다.

법원행정처는 이 결정으로 청와대가 다급해지자 노동부의 재항고를 지렛대 삼아 '현안'에 대한 협조를 얻어내려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같은 해 12월 만든 문건에서 "재항고 인용 여부와 시점 등에 따른 득실 판단이 선행되어야 함"이라며 재항고 인용이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양측에 '윈윈의 결과'가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반대급부'로 ▲ 상고법원 입법 추진 ▲ 재외공관 법관 파견 ▲ 법관 정원 증원 추진 등에 협조를 요청할 만하다고 제시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