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회 처리가 무산된 규제개혁법안들이 대거 9월 정기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전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에 발목 잡혀서가 아니다. 여당 지도부조차 손을 놓은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규제개혁 1호 법안임에도 시민단체 압박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무산됐던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후반기 정기국회가 문을 연 날에 맞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물론이고 규제샌드박스 5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국회 처리도 다 반대한다는 내용의 ‘개혁입법·정책과제’를 내놓은 게 그렇다. 여당에 “규제 개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입법 가이드라인’을 던진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압박엔 당·정·청에 포진한 시민단체 출신을 움직여서라도 규제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정책과 제도는 적기에 시행돼야 성공할 수 있고, 늦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납득할 근거도 없이 모든 규제개혁을 특혜라는 논리로 몰고 간다. 그 결과 다른 나라에는 벌써 없어졌는데 한국에만 있는 규제가 한둘이 아니다. 만약 시민단체 압박에 여당 의원들이 동조하면서 규제개혁 입법이 또다시 무산된다면, 그 순간 대통령과 정부가 말하는 규제개혁 추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혁신성장 또한 물 건너갈 게 뻔하다. 시민단체에 휘둘리는 정부와 여당을 국민은 더는 신뢰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협치를 기대한다”며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존재감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을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서는 게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여당 내 반대파는 물론이고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설득하는 미국 대통령처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은 규제개혁을 관철해내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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