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사각지대' 놓인 오피스텔·원룸

마포구 23.14㎡ 오피스텔
기본 관리비만 月 13만원
인근 아파트보다 4~5배 비싸

불투명한 운영이 갈등 불러

아파트와 달리 관리사 선정때
입주자 배제한 채 수의계약
상세 내역도 공개 안해

관련 법규없어 '주먹구구식'

관리비를 놓고 입주민과 관리회사 간 갈등이 불거진 서울 강남역의 한 오피스텔.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집주인이 친구가 자주 드나든다는 이유로 옥탑방 관리비를 두 배 이상 인상한다고 통보했습니다.”(경기 성남시 연립주택 세입자 대학생 박우진 씨)

“월 관리비 7만원인 오피스텔에 입주했는데 갑자기 주차비 8만원을 추가로 달라고 해서 황당하네요. 입주계약을 취소하고 싶어요.”(서울 송파구 오피스텔 세입자 직장인 이지연 씨)

청년 주거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접수한 사례다. 오피스텔과 원룸,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등 집합건물 관리비를 둘러싼 입주민과 관리인 간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 관리비는 행정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부과되는 데다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어서다.

거품 낀 오피스텔·원룸 관리비

집합건물 관리비에 끼어 있는 거품은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 리가스퀘어의 ㎡당 공용관리비는 올해 월평균 기준 2420원으로 서초구 아파트 평균 공용관리비 1415원보다 71% 비싸다. 같은 구에서 부대시설이 잘 갖춰지고 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평가받는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 관리비보다는 각각 40%, 62% 높은 수준이다. 강남 최고급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보다 7%가량 비싸다.

리가스퀘어 관리비 고지서에는 세부 항목도 표기돼 있지 않다. 리가스퀘어 입주민은 관리회사 측과 갈등을 빚다 지난달 말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한 뒤 입주민 관리단을 꾸리고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오피스텔과 원룸 중에는 인근 아파트 관리비보다 4~5배 비싼 곳도 수두룩하다. 서울 마포구의 23.14㎡짜리 한 오피스텔은 기본 관리비가 13만원으로 ㎡당 5617원이다. 국토부에서 집계한 마포구 아파트 평균 기본 관리비(㎡당 1259원)의 4.46배에 해당한다. “오피스텔은 복도 계단 주차장 등 공용면적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관리비가 비싼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서울시가 2014년 ‘원룸 관리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한 결과 원룸 ㎡당 관리비는 평균 4861원으로 아파트의 평균 공용관리비 871원의 5.58배 수준이었다.
불투명한 운영

집합건물의 관리비 거품은 불투명한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아파트는 공공주택관리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위탁관리업체를 경쟁입찰로 선정한다. 이에 비해 대부분 오피스텔은 관리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정한다. 심지어 아무런 계약 없이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관리 업체를 데려와 관리 업무를 맡기거나 직접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실거주자는 대부분 세입자여서 입주자대표단을 꾸리기 쉽지 않고,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관리비 부담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불투명한 회계도 갈등의 도화선이다. 집합건설의 공용시설과 관련된 수입과 비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관리회사가 마음대로 처리해 관리비가 올라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호 미르감사반 회계사는 “감사 현장에 가보면 아파트에 비해 오피스텔과 상가 관리비가 방만하고 비상식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며 “세입자 부담이 아닌 항목까지 수선비 명목으로 관리비에 얹는 등 부당한 일이 발생해도 이를 감독할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관리감독 ‘사각지대’

오피스텔 등 집단건물은 행정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관리비에 대한 아무런 관련 규정이 없다. 다가구주택 집주인은 알아서 관리비를 책정한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모인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세입자는 알 방법이 없다. 서울시에는 조직폭력배를 배후에 둔 오피스텔 관리업체가 입주민의 관리비 내역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민원까지 들어왔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는 아파트와는 딴판이다.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관리비 세부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안전점검은 6개월마다 시행하고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하수정/김병근 기자 agatha77@hankyung.com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기업재무팀장 하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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