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주인 기업서 펀드로

주식·채권시장 침체에
기관 자금 대거 유입
2008년 지어진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빌딩(삼성타운 B동)의 주인이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으로 바뀐다. 지난 6월 이 건물의 입찰에는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 외에 이지스자산운용, JR투자운용 등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와 싱가포르계 메이플트리 등 해외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는 “삼성을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가 부동산 운용사에 팔리는 것은 기업들이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는 시대가 점차 끝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기업들이 사옥을 소유하지 않고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가진 건물을 빌려 쓰는 게 보편화돼 있다. 정부 기관도 건물을 임차해 쓰는 사례가 많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이후 세워진 부동산 펀드·리츠 운용사들이 기업이 가진 부동산 매물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경영 전략상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차)을 하려는 기업들이 사옥 등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으면 놓치지 않고 사들이고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빌딩으로 통하는 종각 그랑서울,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수표동 시그니쳐타워, 강남·서울파이낸스센터 등의 소유주는 기업이 아니라 국내외 부동산 펀드 혹은 리츠다. 싼 가격에 산 부동산의 공실을 줄여서 되파는 부동산 자산 운용을 본업으로 하는 회사들이다.

이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과 리츠 주식은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매입한다. 결국 대형 빌딩의 주인이 기업에서 부동산 펀드 등을 거쳐 재무적투자자인 기관투자가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시그니쳐타워, 센트로폴리스,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최근 이뤄진 대형 빌딩 입찰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연 4~5%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운용사들이 굴리는 사모 부동산 펀드나 리츠의 만기가 많이 돌아와 좋은 매물이 쏟아진 것도 투자금이 몰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