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불리한 WTO 개선해야"

中엔 2000억弗 추가관세 검토
EU '미국산 車 무관세' 제안엔
트럼프 "그걸론 안 돼" 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30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WTO가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유럽연합(EU)의 ‘미·EU 간 상호 자동차 무관세’ 제안에 대해선 “충분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무역기구인 WTO와 미국의 핵심 무역 파트너인 중국, EU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WTO가 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WTO는 미국 주도로 1995년 1월 탄생한 국제기구다. 1947년 체결된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한 단계 발전시킨 기구로 전 세계 자유무역 질서의 근간이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는 WTO 강화에 힘써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WTO 탈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미·중 무역전쟁보다 세계 경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에도 “WTO는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하고 있다”며 탈퇴 위협을 가했다. 미국이 WTO에서 너무 많이 패소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다. 미국이 WTO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제소당한 사안에서 패소율은 약 90%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제소한 사안에선 승소율이 90%를 넘는다. 이 때문에 미국의 불만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위안화를 절하했다며 “(미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셈”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공식’에 따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연간 대미(對美)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환율조작국 여부를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9월 초 강행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EU의 ‘미·EU 자동차 무관세’ 제안에 대해선 “충분하지 않다”며 “유럽 소비자들은 우리 차가 아니라 유럽 차를 사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똑같이 한다면 (EU도) 자동차 관세를 제로(0)로 낮출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EU는 수입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 반면 미국의 수입차 관세율은 2.5%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EU는 거의 중국만큼 나쁘다. 다만 작을 뿐”이라고도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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