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4륜구동 장착한 7인승 미니밴
-경쟁차종 대비 작은 차체와 넓은 실내공간, 넘치는 힘으로 외유내강의 매력 뽐내

간혹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발매된 지 오래된 노래들이 인기를 끄는 경우가 있다. 이런 노래들은 한번 정상을 점령하고 나면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며 사랑받는다. 대체로 듣기 편하면서도 따라 부르기 쉽고 질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쏟아지는 최신 가요 속에서 이런 노래 한 곡은 대중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토요타 3세대 시에나는 신형이 출시된지 만 7년이 지나 꽤 연식이 오래된 차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타킷 시장인 미국에선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미니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혼다 오딧세이의 신형 출시에도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 환골탈태한 새 것의 완벽함보다는 미니밴의 정석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서도 미니밴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기업의 업무용차 또는 의전을 위한 용도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 대가족의 이동 혹은 캠핑과 같은 레저용으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많은 승객을 싣거나 짐칸의 비중을 높이는 등 넓은 실내 공간을 용도에 맞춰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전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 '일반 대형 SUV와 비교해서 운전하기 어렵진 않을까', '큰 차체가 여성 운전자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하는 것들이다. 실제 구매를 고려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시승을 통해서 꼭 확인하고 싶은 부분으로 '운전 편의성'을 꼽는다. 그래서 직접 토요타 시에나를 시승했다.

▲디자인&편의품목
몇 차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킨 룩(keen look)'이라 불리는 토요타의 패밀리룩을 입었다. 길고 높은 미니밴의 특성을 지녔지만 날렵해 보이는 킨 룩을 통해 전반적으로 낮고 넓어보인다. 차체가 높지만 중심이 아래로 깔려있어 안정감이 있다. 차체 크기는 길이 5,095㎜, 너비 1,985㎜, 높이 1,805㎜로, 오딧세이(길이 5,190㎜, 너비 1,995㎜, 높이 1,765㎜)와 비교해 짧고 높다. 하지만 휠베이스 50㎜ 더 길다. 겉으로 보기엔 상대적으로 작아보이지만 실내 공간 측면에선 앞선다는 의미이다.



양쪽 2열 도어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린다. 문고리를 살짝 잡아당겨서 반자동으로 열거나 B필러에 부착된 버튼을 통해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1열 운전석에서도 2열 도어를 제어할 수 있다.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이 내릴 수 있도록 2열 도어를 열어주거나 혹은 주행 중 도어를 여닫지 못하도록 자동 슬라이드를 해제할 수 있다. 아이를 안고 있다거나 짐을 많이 든 상태에서 유용하다.

실내 디자인은 변화가 거의 없다. 대시보드의 다소 투박한 설계나 센터페시아의 실용적인 버튼 디자인, 우드 트림 등은 약간 철 지난(?) 느낌을 주지만 오히려 유난 떨지 않아 정감있고 안락한 분위기를 풍긴다. 대신 북미전용 미니밴임에도 불구하고 토요타 특유의 꼼꼼함과 철두철미함이 반영돼 실내 곳곳의 마감이나 소재 선택은 기대 이상이다. 주행 중 손과 몸에 닿는 운전대와 도어트림, 시트 등에 사용된 가죽 소재는 부드럽게 착 감겨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적다. 과한 꾸밈은 없지만 출중한 기본기에서 오는 만족감이 상당하다.




수납 공간은 운전석부터 3열까지 넉넉하게 확보했다. 센터페시아에 숨겨진 컵홀더를 시작으로 센터콘솔에도 컵홀더와 널찍한 수납 공간을 마련했으며, 센터콘솔의 뒤쪽 일부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2열 좌석까지 밀어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3열에도 역시 좌우에 각 두 개씩 컵홀더를 마련해 어느 좌석에서도 불편함없이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트렁크는 아래로 깊숙이 파인 형태로 적재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으며, 3열 좌석을 완전히 폴딩하면 평평한 구조로 더욱 넓게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니밴의 핵심인 2열 좌석은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VIP 의전이나 부모님, 어린 아이들이 주로 탑승하는 만큼 승차감이나 편의품목을 고려했다. 시트는 가장 넉넉하고 고급스럽다. 좌우 독립된 2열 시트는 앞뒤로 최대 650㎜ 조절 가능해 거주성을 높였고, 종아리 부분을 지지하는 오토만 시트로 다리를 뻗을 수 있다. 또 독립된 2열 공조 장치는 왼쪽 좌석에 마련된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2, 3열 모두 선셰이드를 장착했다. 3열 좌석은 2:1로 구성된 3인승이다. 2열 시트보다는 독립성은 떨어지지만 3인이 앉기에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충분하다. 완벽한 7인승으로서의 승차 공간을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성능
시에나는 3.5ℓ 가솔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 최고 301마력에 최대 36.4㎏·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구동방식은 사륜을 채택했고 복합효율은 8.2㎞/ℓ에 달한다. 전륜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토션 빔 서스펜션을 선택했고, 타이어는 235/55R/18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제품을 장착했다.

아무래도 300마력이 넘는 대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을 얹은 만큼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힘은 모자람이 없다. 묵직한 차체를 조용히 끌고 나가면서 있는 힘을 뽑아낸다. 시작은 얌전하지만 속력을 높이기 시작하면 거침이 없다. 6단 변속기를 8단으로 개선해 다단 변속기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 기술력을 선보인다. 가속이나 변속에서 스트레스를 느낄 만한 부분이 없다.





여럿이 함께 타는 미니밴인 만큼 주행은 시속 100㎞ 내외에서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구간 내에서는 운전대의 조향감이 생각보다 가볍다. 큰 차체를 움직여야 하는 만큼 무겁고 단단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여성이 운전하기에도 부담없는 수준으로 잘 움직였다.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진동이나 이질감도 없다. 코너를 돌거나 저속에서 조향을 해도 수월했다.

서스펜션은 아주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게 잘 세팅이 됐다. 단단해서 노면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거나 물러서 출렁거리는 느낌없이 적당히 노면을 타고 흐르는 듯 움직였다. 특히 미니밴의 서스펜션은 2, 3열 승객의 승차감을 결정하는 만큼 맨 뒤쪽까지 신경써야 하는데 오히려 뒤쪽에서 더욱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음과 진동 억제 수준이 상당하다. 엔진 소음도 거의 없어서 실내 정숙성이 뛰어나다. 뒷자리에서 앉은 승객들과 의사 소통을 하는데 문제가 없고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적막감이 흐른다.



시승이 진행될 수록 큰 차체때문에 운전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우려는 사라졌다. 차체가 커서 생기는 전후방 사각지대를 몸으로 익히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운전을 하는 동안 자연스레 차체 크기에 대한 감이 생겼고 다양한 안전보조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양쪽 사이드 미러는 넉넉한 사이즈로 좌우 2개 차선 이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됐고, 그 외 발생하는 사각지대는 경고 시스템이 작용해 뒤쪽에서 진입하는 차의 존재를 알렸다. 또 가끔 뒤쪽 승객을 확인하느라 한눈을 팔 때면 차선이탈 경고장치와 보조 기능이 안전 운전을 도왔고 크루즈 컨트롤와 충돌 경고 시스템을 통해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주차를 할 때는 후방 카메라가 뒤쪽 시야를 대신함으로써 불안을 잠재웠다.


▲총평
시에나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말만 7인승인 좌석이 아니라 장거리 이동에도 불편함이 없는 완벽한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2:1로 풀플랫이 가능한 3열 시트를 통해 다양한 활용성을 제안한다. 넓은 승차 공간을 누릴 것인지 아니면 적재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것인지는 소비자가 기호에 맞게 정하면 된다. 시에나는 그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제공한다.

특히 외유내강형으로 겉보기와 다르게 탄탄한 내실을 갖췄다. 차체는 다른 경쟁차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오히려 넓은 실내공간을 갖춰 실용성을 높였고, 엔진 성능도 차체를 감당하고 남을 정도로 후하게 책정했다. 꾸밈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모범생의 답안지를 보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시승은 한결 수월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차체를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니밴을 다루기 어렵다는 생각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 시승을 마칠 때엔 굉장히 오래된 친구를 보내는 마냥 서운했다. 가격은 5,640만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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