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코드형' 교수·정치인 장관, 1년 만에 교체

脫원전·親노동·적폐청산에
산업·고용부 심하게 흔들려
"조직 추스르기 인사" 평가

집권 2년차 정책 속도감 높여
고용·투자확대 가시적 성과 기대
실무에 강한 '관료 카드' 꺼내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한경DB

문재인 정부 첫 개각 인사에서 경제부처 가운데선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등 두 곳의 수장이 교체됐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인 ‘탈(脫)원전’과 고용노동 정책인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을 책임지는 핵심 부처다. 정부 ‘코드’에 맞는 학자 출신(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정치인 출신(김영주 고용부 장관)을 초대 장관으로 기용했던 이유다. 하지만 두 부처 모두 1년 만에 수장을 내부 관료 출신으로 바꿨다. 신임 성윤모 산업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갑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부처에서 30년 이상 일해온 정통 관료다.

통상적으로 관료 발탁은 임기 후반기 관리형 내각이 필요할 때 쓰던 카드다. 에너지·고용노동 정책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집권 2년차에 코드 인사를 버리고 관료를 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관가 안팎에선 탈원전과 친(親)노동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내부 관료 조직부터 심하게 흔들린 만큼 이를 추스르기 위한 차원의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임기 2년차를 맞아 정책의 속도감을 붙여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실무에 강한 관료를 기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통 산업관료 출신 성윤모 후보자

성 후보자(55)는 행정고시 32회로 1990년부터 산업부에서 일하며 산업정책국 산업기술국 중견기업정책국 등을 거친 ‘산업통’이다. 2016년 산업부를 떠나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으로 옮겼고 작년 7월 특허청장에 임명됐다.

산업부 출신 전직 관료는 “성 후보자는 산업의 이해도가 뛰어나고 민간 기업에도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산업부 내에 그를 존경하는 후배가 많아 조직을 추스를 적임자”라고 했다. 청와대도 이날 인선 배경에 대해 “산업정책에 정통한 관료로서 조직과 업무 전반에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뛰어난 업무추진력과 대내외 소통능력, 조직관리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성 후보자 내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산업부 내부에선 전임 장관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적폐청산’을 하는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에너지자원실장(1급)과 국장 네 명 등 에너지 라인이 전원 물갈이되고, 산업부 출신으로 산하 기관장으로 이동한 ‘OB’(올드보이 약자로 퇴직관료)들까지 줄줄이 옷을 벗으면서 내부 동요가 심했다. 여기에다 적폐청산 과정에서 산업부 A국장이 올초 검찰에 구속된 일은 조직이 더욱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성윤모 장관 후보자는

△1963년 대전 출생
△대전 대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행시 32회
△산업통상자원부 정책기획관, 대변인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현 특허청장(2017년 7월~)
◆고용부 내 ‘지도교수’ 이재갑 후보자

이재갑 후보자는 고용노동 분야에서만 30년 이상 일해온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6월부터 9개월간 고용부 차관을 지냈고, 이후 3년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최근에는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재직하며 고용보험전문위원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고용부 내에서는 ‘지도교수’로 불릴 만큼 후배들의 신망도 두텁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국·실장 시절 보고서를 올리면 호통을 치는 대신 첨삭지도를 해주던 선배였다”며 “부서 내에는 그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가 많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이 후보자 인선 배경으로 “조직과 업무 전반에 능통하며 논리적인 설득력을 바탕으로 한 정책조율능력과 추진력, 소통을 중시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일자리 창출, 임금격차 해소, 사회적 대화 복원 등 현안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고용부 장관 교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도입 과정에서 주무장관의 대처가 미흡했던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늘려달라는 업계 호소에도 “근로시간 단축 취지를 흔들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 후보자 내정은 김 장관의 이른바 ‘보좌관 행정’과 ‘적폐 청산’ 작업으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라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정치권과 노동계 출신의 보좌관을 채용해 이들을 통해 각종 업무지시를 내리면서 기존 관료들의 반발이 컸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등 양대 노동 규범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제는 현장에 착근시킬 수 있는 전문성과 관리능력이 고려된 것 같다”면서도 “아직 사회적 대화가 재개되지 않은 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문제 등 논쟁 이슈가 벌어지면 자칫 정치권에 휘둘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재갑 장관 후보자는

△1958년 서울 출생
△서울 인창고, 고려대 행정학과, 미국 미시간대 노사관계학 석사
△행시 26회
△고용노동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
△고용노동부 차관(2012~2013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2013~2016년)

백승현/이태훈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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