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으로부터의 성명' 트윗

자금·연료·공산품 등 거론하며
'비핵화 협상' 교착, 中 책임 부각

"한·미 훈련 더 크게 재개할 수도"
대북 압박 강화…韓에 간접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으로 또다시 중국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부터의 성명’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트윗에서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은 채 개인 트윗을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발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시킨 지 닷새 만에 나왔다. 이날 발표는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금, 연료, 비료, 공산품 등을 포함한 원조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의 대북 원조 품목을 일일이 거론했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북 제재를 위반했으니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들에게도 “중국이 북한과 우리의 관계를 훨씬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가 답보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한 콜로라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중국을 ‘키 플레이어’(핵심 선수)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하기 전인 작년 4월 초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비핵화의 게임이 시작될 텐데 이 과정이 지나치게 장기화되지 않으려면 중국의 대북 압박이 지속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전략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협상의 기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날 파장을 일으킨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한·미연합훈련 재개’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현시점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진화에 나선 모양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국 및 일본과 즉시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고,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강온 양면의 ‘시그널’을 북한을 향해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중 압박과 관련해 일각에선 한국 정부를 향한 간접 경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비롯해 철도·도로 연결 등 경협 논의에 대해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는 경의선 철도의 북측 구간을 조사하려다 유엔군사령부의 불허 통보에 막힌 것으로 확인됐다. 비무장지대(DMZ)를 관리하는 유엔사는 30일 “개성~문산 간 철로를 통한 한국 정부 관계자의 북한 방문 요청을 승인하지 못한다고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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