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에 힘 실릴 듯…노동계, '노동존중사회' 후퇴 우려

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에 관료 출신이 내정됨에 따라 정부가 '개혁'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단행한 첫 개각에서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재갑(60) 전 차관을 발탁했다.

이재갑 후보자는 1982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해 노동부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고용정책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고용정책관, 고용정책과장 등을 두루 거쳤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파견 경험으로 국제적 감각도 갖췄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6월부터 9개월 동안 노동부 차관을 지낸 것도 고용정책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게 노동부 안팎의 평가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첫 노동부 장관을 임명할 때도 후보자 물망에 올랐다.

그만큼 진보와 보수의 벽을 넘어 인정받는 관료적 전문성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김영주(63) 현 노동부 장관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김 장관은 3선의 국회의원으로, 한국노총 간부 출신 정치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지냈다.

작년 8월 김 장관의 취임은 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노동부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신호라는 해석을 낳았다.
김 장관은 작년 9월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을 폐기하는 등 노동부 적폐 청산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정부 내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신중론이 나올 때도 김 장관은 일관되게 원칙을 우선하는 발언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이 엇박자를 낸 탓에 일찌감치 개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노동부 장관을 이재갑 전 차관으로 교체하기로 한 것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주요 정책을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할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들어 '쇼크' 수준의 고용지표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자리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일자리 정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 전 차관의 노동부 장관 내정을 '우클릭' 행보로 보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개각 발표 직후 낸 성명에서 "재벌과 유착한 부패와 농단이 횡행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거수기를 자임했던 고용노동부의 고위관료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퇴행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 전 차관이 보수진영의 반대에 맞서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을 강단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차관이 노동부 장관에 취임하면 노·정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노동계 안팎에서 나온다.

양극화를 비롯한 사회 핵심 문제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한다는 정부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노·정관계가 필수적이다.

이 전 차관은 일자리 창출 외에도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남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 문제가 대표적이다.

ILO 핵심 협약은 단결권을 포함한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노동계는 이를 위한 노동법 개정을 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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