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현대그린푸드

기존 '케어푸드'와 다르다
모양·맛·영양 그대로 보존
단체급식 노하우 살려 시장 선점

2011년부터 단체급식 수출
중국·멕시코 등 50개 사업장에
하루 10만여명분 급식 제공

토털 푸드비즈니스 기업 도약
21개 외식 브랜드·80개 매장 운영
연간 1조원 규모 농산물 구매
스마트푸드연구소가 R&D 이끌어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22일 국내에선 처음으로 연화식(軟化食)을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실버푸드’ ‘고령친화식품’ ‘케어푸드’ 등으로 불리는 연화식은 식품업계에선 미래 성장사업 분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연화식 시장은 식품회사가 만든 음식을 병원 등 일부 기관에 단체로 공급하는 수준이었다. 고령화가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 중인 한국에서 현대그린푸드가 연화식 소매시장에 뛰어들자 다른 식품회사들도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화식 시장을 열다

현대그린푸드가 개발한 연화식은 기존 연화식과 조금 다르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대개 식감의 경도가 동일 식품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면 모양은 흐트러지고 맛은 떨어지며 영양도 줄어든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가 내놓은 연화식 가정간편식(HMR)의 경우 맛에 큰 차이가 없으면서 영양도 그대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자미 찜’은 칼슘을 머금은 뼈를 입에 넣어 조금만 씹어도 해체된다. 연화식으로 만들어진 갈비찜의 식품 경도는 4.7, 동태조림은 6.0 정도로 두부(4.5)와 비슷하고, 연화식 호두는 15.0으로 바나나(31.0)보다 낮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는 연화식만 파는 게 아니다. 1968년 법인 설립 이후 수차례 합병 등을 통해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50여 년 동안 급식 식자재 유통 리테일 외식 등 식품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다만 단체급식을 비롯한 대개의 사업 부문이 B2B(기업 간 거래)여서 일반 소비자에겐 덜 알려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단체급식만 해도 전국 500여 곳에서, 하루에 60만 명에게 식사를 공급한다. 현대그린푸드가 고용한 영양사만 700명, 전문 조리원은 9000여 명에 달한다.

현대그린푸드의 연화식 시장 진출은 B2B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단체급식 노하우를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케어푸드(연화식·치료식·다이어트식품 등 고기능성 식품 전체를 통칭)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케어푸드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지난해부터 연화식 상용화를 위해 10여 명의 임상 영양사와 전문 셰프로 구성된 별도의 연화식 연구개발(R&D) 프로젝트팀을 꾸렸고, 연화식 특허 출원과 전문 제조시설에 6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600억원을 투자한 곳은 내년 초 가동에 들어가는 경기 성남의 ‘스마트푸드센터’다.

단체급식을 수출산업으로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해외 단체급식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단체급식 사업은 그동안 내수산업으로 불렸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대형 단체급식 업체 가운데 해외 수주를 가장 많이 한 곳으로 꼽힌다. ‘내수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바꾼 것이다.

이달 1일에는 멕시코에서만 다섯 번째 급식사업을 수주했다. 해외 수주는 2011년 12월이 시작이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한국 등의 건설인력들에게 단체급식을 공급하면서다. 이후 쿠웨이트 중국 멕시코 등의 50개 사업장에서 하루 10만 명의 단체급식을 수주했다. 금액만 해도 3000억원대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위주로 공략했지만 이후엔 입소문을 내서 한국과 전혀 상관 없는 현지 기업들이 발주한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은 국내외 대형 행사를 통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평창동계올림픽 강릉선수촌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담당했다. 하루 1만5000명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당시 강릉선수촌 식당을 방문해 “역대 올림픽 선수촌 식당 가운데 강릉이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2013년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한국 촬영 현장의 급식을 맡았고, 최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도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실적이 쌓이고 성과가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수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토털 푸드 비즈니스 기업”으로 도약

현대그린푸드는 외식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한솔냉면을 운영한 이후 21개의 외식 브랜드와 80여 개의 외식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콘텐츠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와 ‘주스계의 애플’이란 평가를 받는 조앤더주스는 현대그린푸드가 국내 독점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는 브랜드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많이 운영하기보다 하나를 운영해도 확실한 평가를 받는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연화식 외식 등의 사업을 통해 국내외 농산물 시장에서 상당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갖고 있다. 급식과 외식사업의 성패는 품질 높은 식재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서 관리한 뒤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1600여 곳의 협력사와 29개의 농장과 목장 등으로부터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농산물을 구매한다. 1조원 중 9000억원이 국내 농수축산물이다.

R&D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 ‘스마트푸드연구소’를 신설해 영양사, 셰프, 대학교수, 식품연구원, 바이어 등 40여 명을 배치했다. 매주 자료 분석과 연구를 통해 식품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PB(자체 상표) 브랜드 원테이블(1Table)과 지난해 현대홈쇼핑의 상반기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에이치플레이트(h plate)가 이곳에서 개발됐다.

이런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그린푸드는 ‘토털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오랜 업력으로 쌓인 단체급식 시장은 B2B를 유지하며 B2C 시장으로 진출하고, B2C 시장에선 현대백화점그룹 내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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