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 안되는 자격시험 부정행위
경제 훼손 화폐위조와 다름 없어
'방 안의 코끼리'되지 않도록 해야

김동만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인류가 현재의 글로벌 경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화폐의 발명이었다. 기원전 3000년께 수메르에서 ‘보리화폐’를 처음 도입한 후 상호 신뢰에 기초해 주화를 만드는 데 2400여 년이 걸렸다.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화폐와 같이 사회적 약속에 기반한 많은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었다. 직무능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는 국가자격시험제도도 그중 하나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노동력 제공에 대한 보상 기준이 되는 직업능력의 판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화폐와 마찬가지로 국가자격시험 또한 신뢰가 제도의 존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40여 년간 국가자격시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난해 477개 국가기술자격시험과 37개 전문자격시험에 370만여 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정확하고 공정한 국가자격시험 서비스를 위해 매년 20만여 명의 외부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기술자격증 인터넷 발급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제도와 서비스를 계속 혁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사회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쌓아온 국가자격시험에서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해 많은 수험생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줬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인 한국의 부패지수가 조사대상 180개국 중 5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9위에 불과한 이유 중 하나다.

사회적 약속의 위반행위는 개인에게는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과거 주화의 위조는 왕에 대한 반역행위로 간주해 더 엄하게 다뤘지만 끊임없이 있었고,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에서도 대리시험, 채점자 매수, 모범답안지 필사 등 다양한 부정행위가 있었다. 이런 일탈행위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지만 국가자격시험에서 발생한 조직적인 부정행위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사회제도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공단은 이들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도입하고 자격시험 시행과 출제과정 등을 개선해 왔다. 수험생과 시험위원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서비스의 품질 향상보다는 소요비용과 고객의 불편이 늘어났고 그 피해는 수험생과 국민에게 돌아갔다.

국가자격시험의 부정행위는 직업능력 평가 기준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국가 경제를 훼손하는 화폐 위조와 같다. 특히 국민의 안전, 생명과 관련된 국가자격시험의 부정한 자격증 취득과 대여행위는 사회안전망을 허물고 소중한 우리의 목숨을 빼앗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사회적 신뢰 위반이 ‘대한민국 안의 코끼리’(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위험)가 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국가자격시험제도에 정직하게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사회를 유지하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많은 제도를 만들어 냈다. 작게는 신호등부터 크게는 국방의 의무가 있으며 대다수 국민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불편함이 있더라도 지키고 있다. 상호약속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도는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춘추시대 유학자 자공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스승인 공자는 경제(먹을 것), 군대(자위력), 백성들의 신뢰라고 말했다. 특히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끝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이 국가자격시험에 정정당당하게 참여한다면 한국의 선진국 진입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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