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하라는 ‘미션’을 받고 문재인 정부 첫 통계청장에 임명된 황수경 청장(사진)이 1년여 만에 물러났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빌미가 된 고용 및 소득분배 악화 통계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게 관가 안팎의 해석이다.

청와대는 작년 7월 황 청장을 임명할 때 “개혁 성향의 노동경제학자로 고품질의 국가통계 생산 및 서비스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저소득층 소득이 줄고, 분배가 악화됐다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통계가 지난 5월 나온 뒤 논란이 커진 데 대해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 표본 수가 늘어난 점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호되게 질책했다는 말도 나왔다.

통계청은 당시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이 청와대에 ‘개인 근로소득 분석 결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린 데 대해 “통계청은 표본 대표성을 고려해 가구 단위로만 통계를 작성, 공표한다”고 밝혀 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후임 청장으로 임명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52)은 지난 5월 청와대에 해당 보고서를 올린 당사자다. 강 신임 청장은 당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으로 일하며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통계청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청장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2년 안팎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신뢰가 생명인 통계청이 외압에 의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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