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지난 3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커피 소매업체들에 발암 경고 라벨 부착을 의무화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놀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판결은 커피 원두를 볶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물질 때문이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A군 발암 추정 물질이다. 2A군은 인체에 대한 발암 근거는 부족하지만 동물실험 근거 자료는 충분한 인체발암성 추정 물질을 말한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동물실험에서 종양과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체에서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

아크릴아마이드는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을 120도 이상에서 장시간 가열할 때 생성된다. 생성량은 조리 온도가 높을수록, 조리 시간이 길수록, 식품을 삶거나 찔 때에 비해 굽거나 튀길 때 더 많아진다.
외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자튀김, 감자칩, 커피, 과자류, 아침식사 대용 시리얼 등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저감화 유도 정책과 제조업체의 저감기술 개발을 통해 감자튀김과 감자스낵 제조 과정 중 아크릴아마이드 발생이 지난 10년 동안 70% 정도 감소했다.

아직 아크릴아마이드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동물실험에서 발암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 물질을 가능한 한 덜 섭취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 제조업체에 저감화 기술을 지원하는 한편 아크릴아마이드 함유 가능성이 있는 식품들을 지속적으로 실태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관련 식품 제조업체에서도 제조 공정과 조리 단계별로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도 식품 조리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120도 이상에서 탄수화물 식품을 굽거나 튀기면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되기 시작하고, 160도 이상에서는 급격히 증가하므로 가정에서 요리할 때 조리 온도를 가급적 120도 이하로 낮추고 조리 시간도 짧게 하는 게 좋다. 또 굽거나 튀기지 말고 찌거나 삶으면 우리 식탁 위의 음식에서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