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브랜드 이미지 리더의 화려한 귀환

SUV, 또는 오프로더의 대명사로 꼽히는 짚이 11년 만에 세대 교체한 랭글러를 국내에 출시했다. 자연을 보다 가깝게 느끼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새 차는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킨 오프로드 기술에 최신 전장을 곁들인 점이 특징이다. 향후 10여 년 동안 브랜드를 이끌 새 랭글러 중 주력 트림인 루비콘을 강원도 평창의 흥정계곡에서 만나봤다.


▲디자인&상품성
박스형 외관은 77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제품 고유의 유산이다. 단, 소소한 부분을 손봐 시대 흐름에 적응했을 뿐이다. 신형 랭글러 역시 휠 플레어에 주간주행등을 덧붙이고 윈드실드를 눕힌 점 정도가 두드러진다.

전면부는 브랜드 고유의 7슬롯 그릴과 이를 살짝 파고든 원형 헤드램프가 영롱하게 빛난다. 주간주행등은 LED를 활용했다. 엔트리 트림인 스포츠만 할로겐 램프를 쓴다. 양 옆으로 뻗은 날개 형태의 범퍼도 보다 안정적인 모습이다. 북미형과 다른 점은 국내 법규를 충족하기 위해 범퍼가 휠 플레어로 이어져 바퀴를 다 덮는다는 점이다.

측면은 윈드실드 각도가 낮아져 날렵한 자세를 갖췄다. 공기저항을 줄임으로써 온로드 주행 시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한다. 펜더는 플라스틱 장식과 군용차에 버금가는 험로주파력을 상징하는 트레일 레이테드 배지를 더해 오프로드 주행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도어는 핸들 디자인을 변경해 문 열기가 더욱 수월하다.

후면부의 LED를 활용한 테일램프는 단순한 직사각형에서 H빔 형태로 달라졌다. 여기에 플라스틱 커버를 덧대 강인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스페어 타이어는 중앙에 후방 카메라를 삽입하는 감각을 발휘했다.








케이지로 둘러싸인 실내는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도어와 루프를 쉽게 뗄 수 있게 설계했다. 도어는 외부 경첩을 마련하고 파워윈도우 버튼을 센터페시아에 위치시켰다. 스피커는 지붕 프레임에 장착했다. 순전히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것으로 여느 SUV와 차별화되는 요소 중 하나다.

전방 시야는 구형보다 비교적 넓게 개선됐다. 시트 포지션도 적당히 높아서 노면을 내려다보며 운전하는 재미가 제법이다. 8.4인치 모니터는 4:3 비율이 아쉽지만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가 지원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다 표시한다. 유커넥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비롯해 블루투스 통합 음성지원을 지원한다. 야생에 길들여진 제품이지만 엠비언트 LED 인테리어 라이팅, 키레스 엔터 앤 고 스마트키 시스템과 앞좌석 열선, 열선 내장 스티어링 휠 등을 통해 편의성을 높였다.
뒷좌석은 휠베이스가 10㎝ 이상 늘어나 다리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적재 공간은 기본 898ℓ로, 6:4 비율의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2,05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성능
동력계는 4기통 2.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모두 성능과 효율 개선을 위해 새로 구성한 것이다. 엔진은 최고 272마력, 최대 40.8㎏·m의 토크를 발휘한다. 높은 출력과 디젤에 가까운 토크를 바탕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차체를 가볍게 움직인다. 소음, 진동은 이전 세대보다 확실히 낮아졌다. 차체 곳곳에 흡차음재를 덧대는 등의 대책이 이뤄진 덕분이다. 엔진음은 비슷한 엔진형식을 가진 재규어랜드로버의 인제니움과 비슷하다. 기존 V6 엔진을 대체할만한 조건은 거의 갖춘 셈이다. 인증받은 연료 효율은 ℓ당 8.2㎞(도심 7.7㎞/ℓ, 고속도로 8.8㎞/ℓ)다.


4WD 구동계는 기존 루비콘에 쓰이던 락-트랙 HD 풀타임 4×4를 개량했다. 가파른 오르막의 오프로드에서도 구동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동력계의 부담을 줄인다. 바퀴가 헛돌 경우엔 트루-락 디퍼런셜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모든 바퀴 또는 뒷바퀴만 잠글 수 있어 어지간한 험로에 대응할 수 있다. 스포츠, 사하라 트림은 새로 개발한 셀렉-트랙 풀타임 4×4를 얹는다.

비포장 산길을 오를수록 일반 차가 갈 수 없을 정도로 노면이 험해졌다. 이제 4H의 트랜스퍼 케이스를 4L로 바꾸고 전자식 스웨이바(SWAY BAR)를 활용해야 한다. 스웨이바 기능은 양쪽 앞바퀴를 잇는 프런트 스트럿을 끊어서 높낮이를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체는 보다 수평을 유지할 수 있고 불규칙한 노면에서의 거동이 원활해진다.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는 락 크롤링 코스에서도 랭글러는 거침없는 성능을 보여줬다. 돌에 휠이 갈리고 차가 옆으로 기울어져도 걱정이 없다. 랭글러는 원래 이렇게 타는 차다. 랭글러는 진입각 최대 36도, 램프각(브레이크 오버) 20.8도, 이탈각 31.4도, 견인력 2,495㎏ 등의 주행성능을 확보했다. 최저지상고는 기존 대비 39㎝ 높아진 26.9㎝로, 76.2㎝ 깊이의 물도 건널 수 있다.



새로 준비한 안전품목은 크루즈 컨트롤, 전자 제어 전복 방지(ERM),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온로드 중심 기능이다. 그만큼 오프로드에서의 안전과 감성은 오래 전부터 자신 있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총평
신형 랭글러는 보다 깊고 여유있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진짜 오프로더다. 왕복 15㎞의 짧은 오프로드 시승이었지만 향상된 동력계와 전장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제품력은 강렬했다.

새 랭글러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를 오랫동안 높여온 짚의 결실이다. 실제 랭글러 뿐만 아니라 포르쉐 911, 미니 쿠퍼 등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제품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랭글러는 오프로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새 랭글러는 오프로더의 현재와 미래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가격은 랭글러 스포츠 4,940만원, 루비콘 5,740만원, 루비콘 하이 5,840만원, 사하라 6,140만원.

평창=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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