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한경 '아시아 미래 AI포럼'

이언 가천대 길병원 단장

'왓슨'이 권하는 치료 놓고
의사끼리, 의사-환자 간 논의
AI가 '의료 민주화'에 기여

인공지능 확산땐 의료비 축소
과잉진료 막고 치료 질 높여
'문재인케어'에도 도움 될 것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이 23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 AI포럼’에서 인공지능(AI) 도입 후 달라진 의료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의료시스템이 더욱 ‘민주화’됐습니다. AI가 권하는 치료방식을 두고 의사와 환자가 의견을 나누게 되면서 기존의 권위적인 치료방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AI 의료시스템 전문가인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23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 AI포럼’에서 의료현장에 AI를 적용한 효과를 이렇게 강조했다.

아시아 미래 AI포럼은 법무법인 율촌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지난 6월 출범시켰다. 학계·연구기관·기업·국회·정부·법조계 등 각계 인사 3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격월로 모여 AI 분야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국내 AI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다.

◆의료현장 변화 나타나

가천대 길병원은 2016년 AI 의료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IBM이 AI 플랫폼 ‘왓슨’을 활용해 만든 ‘왓슨포온콜로지’를 통해서다. AI 진료를 이끌고 있는 이 단장은 “AI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의료현장을 개선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학계에서는 AI 진료를 둘러싸고 의심이 커지고 있다. 왓슨을 도입한 일부 병원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왓슨을 처음 도입한 마니팔병원이 그 사례로 꼽힌다. 이 병원은 최근 3년간 암환자 1000명에게 왓슨을 활용했지만 폐암의 경우 17.8%만 왓슨과 의료진의 진단이 일치했다.

그러나 이 단장은 의료진과의 의견 일치율이 AI 진료의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AI의 진료 결과가 의료진 판단과 다를 경우에는 의사들이 더욱 치밀하게 검토하게 된다”며 “AI가 추천하지 않은 치료방식을 의료진이 선택하고 싶을 때는 환자와 동료 의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의사와 약사의 재량권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AI의 도움으로 다양한 의료정보를 얻은 환자가 직접 치료방식과 처방약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의사 중심의 일방적인 의료행위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의료비 낮출 수 있어

이 단장은 AI가 의료비용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에서도 가치 기반 비용 지급방식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치료 결과에 따라 의료비를 책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 등이 치료 실적과 상관없이 계산된다”며 “AI를 활용하면 수많은 의료정보를 짧은 시간에 분석해 실제 치료한 만큼 의료비를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통해 환자의 진료 접근성을 확대하고, 의료비는 축소하면서도, 치료의 질은 높이는 이상적인 의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일명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AI 의료시스템이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적용 급여항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과잉진료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재원을 확보하는 게 최대 과제다.

이 단장은 “AI로 치료 실적 기반의 의료비 지급방식이 자리 잡으면 의료비가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쓰여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 전문성도 높아질 듯

AI는 의사의 전문성도 높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접할 수 있는 의료정보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의사는 AI의 분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단장은 “AI가 분석한 의료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의사들이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진료기술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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