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Jeep) 신형 랭글러 루비콘 트레일 미국 현지 체험기
-신형 랭글러, 오프로드 성능 극대화로 험지에서도 발군의 성능 뽐내


'루비콘강을 건너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거대 호수 레이크타호 인근에 자리한 산악코스 '루비콘 트레일'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오프로드 코스다. 이 지역 초기 정착민들은 레이크타호에 근접한 강을 이탈리아에 있는 루비콘강의 이름을 따와 '루비콘(Roubicon)'이라고 불렀다. 현재는 ‘루비콘’이라는 단어가 '경계를 지나 되돌아갈 수 없게 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음'을 의미하는데, 그 만큼 험난하다는 뜻이다.


짚의 아이코닉인 랭글러에서 '루비콘'이라는 차명도 여기서 따왔다. 짚은 랭글러를 비롯해 모든 제품의 오프로드 성능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40년 넘게 루비콘 트레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루비콘 트레일은 총 35㎞에 이르는 일반도로와 험지로 이뤄진 구간이다. 레이크타호 서쪽에 위치해 있다. 이 구간의 산악지대는 '맥킨니-루비콘 스프링스 로드'라고 부르며, 캘리포니아주 골드컨트리지역의 작은 마을인 조지타운에서 시작한다.



이번 루비콘 트레일에 도전한 제품은 11년만에 완전변경을 거친 짚의 신형 랭글러(JL) 루비콘이다. 새 차의 변화 핵심은 외관과 실내가 아닌 오프로드 성능이다. 험로 진입각과 이탈각, 램프각 등 모든 각도를 높여 하부 손상없이 바위 등을 잘 오를 수 있게 한 것. 지상고를 높이고 엔진힘과 비례한 등판능력을 가늠하는 크롤 바도 향상시켰고, 개별 바퀴가 상하로 따로 움직일 수 있는 휠아티큘레이션도 개선해 기동성을 높였다.

주행은 총 1박2일 13시간동안 이뤄졌다. 별도의 튜닝없이 오프로드용 35인치 타이어만 장착한 채 루비콘 트레일 정복에 나섰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2.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국내 출시 버전과 동일하다.



루비콘 트레일은 여태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의 연속이었다. 차체만한 바위와 통나무가 경로 곳곳을 막아서고 있으며, 급격한 오르막길과 극 하강코스가 쉴 새없이 펼쳐진다. 좁은 통로 바로 옆은 낭떠러지여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다. 시작 지점에서 하루를 묵을될 베이스캠프까지의 거리는 약 12㎞였다. 짧은 거리이지만 험난한 구간 하나만 통과하는 데에도 시속 5㎞ 이하로 많게는 1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여서 코스 절반을 통과하는 데 꼬박 6시간이 소요됐다.


주행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코스이지만 여기서 랭글러의 오프로드 기능이 빛을 발한다. 전자식 스웨이 바(SWAY BAR)를 활성화하면 전면 좌우 바퀴를 연결하는 스트럿을 해제하고 좌우 바퀴의 높낮이가 각자 자유롭게 움직인다. 바위와 자갈 등으로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차가 전복되지 않고 수평을 이루며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워낙 바퀴가 닿는 지형의 편차가 큰 탓에 한 쪽 또는 좌우 두 바퀴가 공중에 헛도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랭글러는 낮은 기어와 로-레인지(L) 4WD 시스템이 앞뒤 50%, 혹은 각 바퀴로 25%씩 동력을 고정해 앞바퀴가 구동력을 잃거나 앞바퀴와 뒷바퀴 한 쪽씩 공중에 뜨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해 코스를 탈출했다. 여기에 액슬 록은 차축을 잠궈 바퀴마다 구동력을 일정하게 나눠준다. 즉 한 쪽 바퀴만 지면이나 바위에 닿기만 하면 웬만한 코스는 비집고 나갈 수 있다.


아무리 랭글러라 하더라도 거대한 바위 틈에서 하체가 닿는 걸 피할 수는 없다. "쿵쿵", "끼익"거리며 바위와 장애물에 차체가 부딪히는 소리는 공포감과 스릴감을 극대화한다. 극한의 장애코스를 만나면 도저히 헤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런 난코스에는 트레일 가이드가 도움을 주는데, 그들의 수신호에 따라 조향과 제동을 미세하게 조정하면 불가능할 것 같은 코스도 탈출하게 된다.

신형 랭글러의 향상된 오프로드 성능은 수치가 증명한다. 44도의 진입각과 27.8도의 램프각, 37도의 이탈각을 갖춘 것. 27㎝가 넘는 최저지상고 덕분에 도하코스에서도 거침이 없다. 최저 76㎝에 달하는 수심에서도 문제없다는 게 짚의 설명이다.


마무리 지점에 근접하자 수많은 현지 랭글러 오너들이 루비콘 트레일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튜닝과 커스터 마이징을 거친 랭글러들이 코스 정복을 위한 채비에 분주한 모습은 또 하나의 장관이었다. 랭글러 오너들에게 놀이터나 다름없는 곳이 바로 루비콘 트레일이다.

오프로드 코스를 빠져나오니 차 상태가 걱정됐다. 1박2일동안 바위와 힘겨운 싸움을 수없이 치렀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하부의 스키드 플레이트와 락 레일이 거짓말처럼 외관을 보호해 별다른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가며 약 35㎞에 달하는 온로드 주행도 경험했다. 투박했던 구형 랭글러에 비해 부드러움과 경쾌함이 확연히 느껴진다. 기분탓이 아니라 실제 온로드 주행감성을 위한 짚의 개선 덕분이다. 알루미늄 소재 활용에 따른 경량화, 윈드실드와 지붕에서의 공기저항을 대폭 줄였다. 8단 자동변속기와 차세대 액슬은 온로드에서도 신형 랭글러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준다.

최고의 오프로드 성능을 자부하는 SUV들은 많다. 그러나 오프로드의 끝, 루비콘 트레일의 주인은 오직 랭글러 하나뿐이라는 걸 강렬히 느낀, 매우 인상적인 도전이었다.

레이크타호(미국)=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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