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폰 미제스 《개입주의: 경제적 분석》

김태철 논설위원

오스트리아 학파의 정신적 지주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1881~1973)는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974년)와 밀턴 프리드먼(1976년) 등 20세기 경제학 거두(巨頭)들에게 자유주의 경제학을 전수(傳授)했다. 미제스와 하이에크 등으로 이어지는 자유주의 경제학은 영국과 미국의 경제를 부흥시킨 대처리즘(Thatcherism)과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정치과잉'이 부르는 시장 간섭

미제스는 국가 개입주의에 맞서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는 1941년 출간한 《개입주의: 경제적 분석》을 통해 당시 세계를 휩쓸고 있던 국가 개입주의의 폐해를 경고했다. 시장을 무시한 가격 통제와 임대료 통제, 최저임금 인상 등의 대중인기영합 정책이 초래할 부작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오늘날 시장 개입 정책들이 일반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불행히도 합리적인 근거와 주장도 이들 정책의 인기를 약화시키기 힘들다. 개입주의 설계자와 추종자들은 수요와 공급, 시장의 기능과 같은 보편적인 경제 이론의 가르침도 거부한다. 경제가 결딴나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정책 실패를 교정하려는 또 다른 개입으로 이어진다.”

미제스는 “정부의 시장 간섭은 정치 과잉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도덕과 이념, 가치 등이 끼어들면서 경제가 왜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하려면 이념과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경제 문제를 경제 문제로만 보는 것이 ‘경제적 분석’이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가격통제 조치들은 시장 기능을 마비시킨다.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경제를 조정하는 힘을 빼앗는다. 서민과 노동자를 위하겠다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그들을 곤궁하게 만들 뿐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구호와 선전 문구가 궁핍, 실업,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면 지구상에 가난한 국민도, 빈곤한 국가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경제의 탈(脫)정치화가 시급하다.”

미제스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을 최악의 시장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과 경기 불황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 조치에 의해서건, 노동조합의 압력에 의해서건 최저임금이 간섭받지 않는 시장에서 정해지는 수준보다 높게 책정되는 순간 대량 실업이 발생한다.”
미제스는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자유시장경제 체제만이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자유시장경제는 한정적인 자원을 경제 주체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동자, 기업, 국가의 부(富)가 증대된다고 설명했다. “시장경제는 소비자 민주주의다. 소비자는 자신의 선호(選好)에 기초해 무엇을 구매할지 끊임없이 ‘투표(결정)’한다. 부(富)는 이런 과정을 거쳐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모르는 기업가에서 소비자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기업가로 이전된다. 간섭과 규제를 없애 시장과 기업을 활성화시키면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난다. 근로자에게는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다.”

미제스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역할과 ‘경제적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의 행위는 시장경제의 주요 동인(動因)이다. 경제적 자유는 개인과 기업가의 활동을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다. 기업가정신과 개인의 창의성을 부추기는 국가들이 선진국이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장경제 수호하는 게 지식인 역할"

미제스는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대의정치가 성숙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민의의 대표자들이 특정 지역과 집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진정한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했다. “대의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의회 대표들이 국가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정당들이 특정 지역이나 압력단체의 특별한 이익을 대표하는 순간 대의민주주의는 추락한다. 하지만 오늘날 의회는 철강, 농업, 그리고 노동자 대표들로 가득 차 있다.”

미제스는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갈수록 확산되는 거대한 국가 개입주의에 맞서 시장경제를 지켜내는 게 지식인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산수단의 사적(私的) 소유 없이는 더 높은 수준의 문명사회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존재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한 곳에서만 발견된다. 만약 서구문명이 쇠퇴한다면 사람들이 역사로부터 이런 교훈을 배우기를 거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명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것이 지식인에게 맡겨진 사명이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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