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 이어 AT&T에도 5G 장비 공급할 듯…화웨이·에릭슨·노키아와 경쟁

"AT&T와 막바지 협상 진행 중"
광통신 케이블 설치 않고도 기가급 인터넷 서비스 가능

美·中 무역 분쟁 장기화 땐
화웨이 고객 상당수 뺏어올 수도
삼성전자가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 이어 2위 업체인 AT&T에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한다. 통신장비업계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통신시장인 미국에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빅3’를 제치고 차세대 이동통신 장비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시장 세계 1위인 화웨이의 고객을 상당 부분 뺏어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1, 2위 이통사 고객으로 확보

22일 외신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T&T와 5G 통신 기술을 활용한 고정형 무선접속(FWA) 서비스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정식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정형 5G 무선접속 서비스는 광통신 케이블을 설치하지 않고 유선과 같은 기가(Gbps)급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기술이다. 한국과 달리 광통신 유선망이 제대로 깔리지 않은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등을 겨냥한 기술이다.

AT&T는 1억4700만 명의 가입자(점유율 33.8%)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2위 이동통신사다. 1위인 버라이즌(1억5200만 명·34.9%)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 세계 첫 5G 통신을 연내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과는 지난 1월 고정형 5G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AT&T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삼성전자는 미국 1, 2위 이동통신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블룸버그는 5G 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내년에 미국 이동통신사들의 설비투자가 300억달러(약 34조원)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미 통신장비 시장은 그동안 에릭슨과 노키아 등 유럽계 업체가 장악해왔다.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로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23%) 등에 크게 뒤진다. 하지만 5G로 통신 기술이 바뀌는 시점에서 삼성전자에 기회가 생겼다.

5G는 초고주파 주파수 대역 등을 활용해 △통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지연 시간을 낮추며 △더 많은 사람(사물)들이 통신망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기술이다. 전송속도가 초당 20G기가비트(Gb)로 4G 통신에 비해 40배 이상 빠르다. 5G 통신망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시티 등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중 통상분쟁이 기회

삼성전자는 5G 통신망 플랫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2012년부터 관련 기술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장비뿐 아니라 5G 통신에 필요한 반도체와 단말기, 기지국 등 5G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시스템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업계에서도 5G 분야의 삼성전자 기술력은 화웨이와 대등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5G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빅데이터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대동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직접 사업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5G 사업은 지난 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4개 분야 미래성장사업에도 포함됐다.

미·중 무역분쟁도 글로벌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당초 AT&T 등 미국 통신업체들은 가격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자 포기했다. 지난 15일 미국 정부 및 공공기관이 화웨이, ZTE와 같은 중국 업체의 네트워크 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발효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일본, 호주 등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을 뺏긴 화웨이는 내년 1분기 5G를 상용화할 한국 이동통신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이르면 다음달 5G 통신장비 제공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SK에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SK의 선택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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